동네 병원의자의 효능

by 일상의효능

잔병치레가 없어 병원 갈 일이 많지 않은 나는 1년에 한두 번 병원에 갈까 말까 한다. 보통 비염이 심해지거나 목이 붓거나 하는 가벼운 증세가 주 방문 이유이다.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컨디션에 지장을 준다 싶을 땐 동네 병원을 찾는다. 나는 동네 작은 병원에 앉아 대기하는 시간이 좋다. 접수처가 있고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나오며 TV에선 건강 방송이 소리 없이 틀어져 있는 대기실. 그리고 낮고 등받이 없는, 잠시는 편하지만 장시간은 앉기 힘든 그 병원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시간이 좋다.



묘한 병원 냄새, 요즘 나와 비슷한 증세를 갖고 있을 동네 사람들 어르신 아이들, 혹은 내 또래들. 나는 접수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시간 이상하게 몸과 마음에 편안함을 느낀다. 제일 큰 이유는 큰 병이 아니고 곧 아무렇지 않아질 것이란 사실이 주는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나을 테지만, 병원 가면 조금 더 빠르고 확실하게 나을 거란 믿음까지 처방받아오니까, 그런 플라시보로 작은 동네 병원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치료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는 병원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 내게 강제적으로 쉴 명분을 준다. 병원 가는 시간과 회복을 위한 시간을 생각하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늘 시간에 쫓기듯 사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이는 이런 시간은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하지만 나를 '병원에 가야 하는 환자'로 의도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OFF 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오늘 아프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괜찮아.' 이때만큼은 시간을 생산성 있게 써야 한다는 강박을 의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에 병원 의자에 있는 시간을 더 편하게 느끼나 보다.



이런 맥락에서 마음의 OFF가 필요할 때는 잔잔한 음악과 동네 병원에 있을 것 같은 의자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우연히 바르셀로나 데이베드를 보았는데 가격이 180만원.. 집에 넓어진다면 이런 데이베드 형태의 의자를 하나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병원 음악이나 찾아서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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