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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노니 Sep 09. 2024

아, 이래서 육아가 힘든 거군요

육아휴직 4개월차 초보 아빠 경험담

토닥 토닥. 한 팔로는 엉덩이를 받치고 다른 팔로 등을 두드린다. 어깨에 머리를 기댄 게 느껴지면 조심스레 집 안을 배회한다. 눈에 띄어 자극이 될 만한 물건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뱃속에서부터 자주 들려준 '쇠제비 갈매기의 꿈'을 두 번 정도 부르면 팔을 툭 떨군다. 아기가 잠에 들었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4개월 차. 아기는 세상에 온 지 13개월 차다. 작년 이맘때, 2.89 킬로의 아기는 너무나 가볍고 가녀렸는데. 이젠 오래 안으면 등허리가 시큰거리고 들어올릴땐 기합을 넣게 된다. 함께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육아의 맛은 다채롭다. 첫 달은 달았다. 이전에는 아내와 아기가 친정에 가 있어서 주말마다 만나다가 매일 보게 되니 기쁜 나날의 연속이 됐다. 이유식도 만들어 주는대로 넙죽 넙죽 잘 받아먹고 낮잠도 길게 자니 어려울 게 없었다. 엄마는 복직했으나 다행히 힘들 정도로 찾지는 않았다. 아하, 육아 이거 뭐 할만하네 싶었다.


둘째 달이 되자 조금 달라진 내가 보였다. 원래는 아이가 졸린 기색이 심해졌을때 침대로 데려가 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약간만 졸린 눈치여도 아이를 침대로 데려가고 있는 나. 그러다보니 아기는 짜증이 나 우는 시간은 길어진다. 내가 조금 지쳤나 싶었다.


3개월차에 접어들며 생긴 또 다른 변화 하나. 아메리카노 한 잔 사먹는 것으로 하루치 카페인을 채우곤 했었는데, 이제 카페인만으로는 부족한건지 메뉴에서 자꾸 당분이 들어간 음료를 마실까 고민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커피에 질려서라기보다는 지쳐서인듯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뭐가 힘든걸까. 아기를 키우기 전에는 막연하게 힘들다고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낱낱은 전혀 몰랐다. 몇 달간 주양육자가 되어보니 이제 조금은 알겠다. 우선, 내 자유에 굉장한 제약이 생긴다. 먹고 싶은 것을 원하는 때 먹기 어렵다. 씻거나 용변을 보는 기본적인 욕구 해결도 상황이 맞아야 가능하다. 혹은 아이의 재촉을 받으며 신속하게 해결하거나. 내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쓰는 것도 매우 어려워진다. 아이가 잠든 시간말고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둘째로, 아이를 돌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한창 주는대로 잘 먹던 시기가 지나니, 먹고 뱉는다거나 아예 먹기를 거부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다. 레시피를 보며 열심히 만들어놓은 음식을 뱉거나 내동댕이 치는 모습을 보는 건 꽤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게다가 먹이고 나면 씻기고 치워야 하는데 반경 1미터 까지 음식물이 튀는 건 예삿일이다. 변을 보면 치우고 씻겨줘야 하고, 졸리면 안고 토닥여 재워주어야 한다. 혼자 놀 때도 있지만 책 읽어주고 노래 불러주고 이런 저런 놀이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체력이 동난다. 물론 틈 나는대로 먹은 건 치우고 입힌 옷은 빨아야 하며 어질러진 바닥은 쓸고 닦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일상의 반복뿐이라면 정말 다행이다. 특별한 이벤트로 한 번씩 아픈 시기가 찾아오는데, 이때야말로 정말 육아가 힘듦이 진실로 와닿는 순간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아달라 보채는 10킬로그램의 아기를 달래고 있노라면, 정말 사무실이 그립다. 비슷한 난이도의 일로 밤중수유를 끊고 우는 아기를 달래는 일이 있다. 새벽 4시에 깨서 한 시간 반 동안 젖을 찾으며 우는 아기를 안고 있자면,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분리수면을 해야했나. 왜 진즉 젖을 끊지 못했나 별별 생각이 들곤 한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렇다. 놀라운 사실은 선배 부모들은 열이면 열 지금 시기가 제일 사랑스럽고 예쁠 때라 한다는 것. 점점 예쁜 모습 보는 일은 드물어지고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은 늘어간단다.세 살까지 보여준 사랑스러운 모습 덕분에 어른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얘기도 있고.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볼 때면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지금 육아일기를 더욱 꾸준히 써야겠다 싶기도 하고. 아이가 내게 준 기쁨과 행복을, 지금의 이 감사한 마음들을 꾹꾹 눌러 적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 말이다.


소소한 다짐과는 별개로, 육아가 힘든 이유를 하루하루 몸소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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