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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노니 Nov 11. 2024

가을날의 육아일기 : 9월 9일

쿵. 두꺼운 책을 떨어뜨렸다. 매트 위였기에 어쩌면 (깨지 않을지도)… 하고 기대했지만 네가 잠에서 깨고 말았다. 다행히(?)  많이 피곤했는지 잠시 안고 토닥이자 다시 스르륵 잠든 너. 침대에 눕히고 옆에 누워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순간 나는 나의 부모님이, 너는 내가 된듯한 기분이다. 부모님도 어린 나를 이렇게 보셨겠구나 생각하면 묘한 감정이 든다. 따스함이랄까. 세대를 관통하는 어떤 연결감이랄까. 잔잔하게 차오르는 내면의 충만감 같은 것이 있다. 조용한 행복감이랄지.


한편으로는 너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일곤 한다. 아직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평소 너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넌 무엇에 재미를 느끼고 어떤 것에 소질이 있을까. 네가 좋아하게 될 음악, 영화, 책은 뭘까. 어떤 운동에 흥미를 느낄까. 어쩌면 넌, 수수께끼로 가득 찬 신비로운 인물인 셈이다. 지금은 아무리 물어봐도 말이나 글로 답해주진 않겠지. 서서히 네 눈빛과 몸짓들로 우선 드러내 보일 테고. 언젠가는 대화로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때가 오겠지. 그 때문인지 난, 네가 쑥쑥 커가는 것에 아쉬움이 들진 않는다. 지금이 너무 사랑스럽지만 한편 얼른 컸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가만히 널 보고 있자면, 이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기라는 존재 자체가 특별하긴 하지만 부모에게 있어 자기 자식이 갖는 의미, 삶에 미치는 영향이란 ‘특별’이라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다. 아빠 혹은 엄마라는 정체성이 부여되는 순간, 인생의 모든 면이 새롭게 빛을 받는 느낌이다.


잘 자 주어 고맙다 해인아. 덕분에 오늘의 생각, 감정들을 조금 더 붙잡아 볼 수 있었다. 깨면 또 재밌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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