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꼭 일기로 남겨야지 생각했던 것이 있다. 너의 과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해인이 너는 무척 딸기를 좋아한다.
엄마가 널 임신했을 때, 그러니까 네가 4-5개월쯤 되었을 때일까. 그 겨울에 엄마는 딸기를 무척이나 찾았다.
그 탓일까? 그 다음해 겨울, 네게 처음 딸기를 주었는데 어찌나 잘 먹던지 모른다.
과즙망에 넣어주는데도 워낙 열심히 빨아먹다 보니 그 좁은 구멍 사이로 딸기가 다 사라지는 놀라운 모습을 보기도 했다.
조금 더 지나, 한 알 통째로 주기 시작하니 한 입에 그 큰 딸기를 다 집어넣어 깜짝 놀라 끄집어낸 적도 있었다.
18개월에 이른 지금은 이제 네가 먼저 딸기를 찾는다. 벽에 붙은 과일 포스터를 보고 "끼야! 끼야!" 외친다. 어른들이 ‘딸기'라고 부르면 딸기인 것을 알면서도 왜 발음을 “끼야"라고 하는 걸까? 무척 귀여운 소리라서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귤은 ”끼울" 바나나는 “반나"인데 배는 ”배“라고 잘 말한다. 아, 감도 있다. '해인어'에서는 "까"로 통한다. 그 밖에도 아직 발음은 못 하지만 수많은 야채나 과일들을 알고 가리키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떤 것들은 굳이 지칭해서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어른들의 대화 속에서 알게 된 것 같았다. 얼마 전 야채 벽보 가리키기 놀이를 하다가 문득 야채 중 '고추'를 알려준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시험삼아 한 번 '고추 어딨어 해인아?' 해 보았는데 자기 사타구니를 가리키는 걸 보고 엄마랑 빵 터지기도 했다. 요새는 엄마가 사준 과일 책에서 키위를 보더니 키위 맛에 푹 빠져있다. 과일 자르기 놀이도 한창이고. 이런 저런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을 보며 부쩍 커가는 것을 느낀다.
요즈음, 잠자는 네 볼에서는 딸기 향이 난다.
막 맺힌 딸기 열매처럼 희고 여린 살결.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볼에 입맞추고 자그마한 뒤척임에 숨을 참는다.
오래 기억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