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이가 달라졌다. 기저귀를 채우거나 벗기려 하면 거부가 심하다. 옷도 마찬가지다. 땀을 흘리는 와중에도 외투며 윗옷을 벗지 않으려 한다. 오늘도 셋이 밤중에 누워 잠을 청하다가 윗옷은 한 벌 벗기고 내복 바지는 입히려는데 어느 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아내와 의아하게 여기다가 문득 이건가 싶어 물어봤다. “해인아. 해인이가 위에 옷 직접 벗을까?” 확고한 대답이 돌아온다. “응”.
살짝 도움을 주며 스스로 옷을 벗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니 나름대로 끙끙대며 시도해 본다. 그렇게나 거부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혼자 옷을 벗은 게 뿌듯한지 엄마 아빠를 따라 자기도 박수를 친다. 이어서 바지도 혼자 입어보겠냐고 물으니 역시 ”응“을 외친다. 그래, 엄마 아빠가 해주기보다 스스로 하고 싶었던 거구나. 자기 혼자 해보려고 노력하고, 해내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고 신기하던지.
마음을 알아주었다는 뿌듯함도 컸는데, 그건 분명 책으로부터 받은 도움 덕이다. 특정한 책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저런 육아 서적에서 읽은 내용들이 머릿속에 섞여있다 하나의 생각으로 떠오른 것 같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행동의 결과만 보고 판단하거나 다그치지 말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기저에 깔린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보라’ 정도의 문장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자기 고집이 세지는 시기구나. 하기 싫은가 보다‘ 정도로 넘어갈 뻔했다. 물론 그렇게 기다리면 지나가거나 나중에 깨달을 일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자율성이 생기면서 스스로 하고 싶어지나?‘ 생각하니 고집을 부리던 아이가 순식간에 기특한 아이로 변했다. 책에서만 접하던 내용인,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 문제일 수 있다는 걸 실제로 경험했달까. 책의 힘을 느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