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육아일기 : 아가의 말

아빠의 육아휴직 일기

by 니노니

오랜만에 아기의 말에 관해 기록해 본다. 세상에 온 지 20개월 18일. 어렴풋한 기억으로, 약 한 달 전부터 말이 부쩍 늘고 있는 것 같다. 엄마, 아빠, 멈머(멍멍이), 무(물), 빠(밥), 꼬(코), 기(귀), 곰, 악어(악어 발음만은 어찌나 정확한지) 정도를 말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 단어를 새로 익히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한 번 알려주면 금세 따라 하는가 하면, 질문에 ‘응’이나 절레절레 말고도 특정 단어로 주관식 응답을 하기도 한다.

최근 네가 말한 것들로는 따조(타조), 엉아(응가), 아카(자칼), 아비(할아버지), 부(붕 삼촌), 바찌(박쥐), 배(먹는 배), 아기(스스로를 지칭) 등이 있다. 어른이 영어를 배울 때도 그렇지만, 말하는 것보다 말귀 알아듣는 게 더욱 트여있음을 느낀다. ‘옷부터 입고 가방 메자’라는 말을 이해하고 가방 위에 입은 옷을 벗는다던가 ‘오늘 집에 누가 놀러 왔어?’라는 질문에 ‘부‘(친한 삼촌 별명)라고 답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 ’빨래는 어디 넣어?‘라는 질문에 세탁기를 가리킬 때도 그랬다. 빨래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 줄도 몰랐기에. 아가 앞에서 말조심 행동조심 해야 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말에 관해 꼭 기록해두고 싶었던 것이 있다. 네가 ‘새’를 처음 말하게 된 때다. 이것도 한 달 전쯤. 아파트 일층 경비실 옆에 참새가 모여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날. “해인아, 새다. 저게 새야 새” 알려주자 “체” 소리를 내던 너. 테와 체 사이를 오가는 발음을 하더니 다음날이 되자 “새” 소리를 냈다. (아마 처음엔 thㅐ에 가까웠을까?) 그날 이후 ‘새‘는 네가 즐겨 말하는 단어가 됐다. 내가 보지 못한 새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새-”를 외치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때 느껴지는 사랑스러움은 아마 새를 “새-애” 로 늘여 말하는 점에 기인하는 듯싶다.

아가의 말은 언제나 흥미롭고 오묘한 주제다. 말이 많이 느는 것을 보니 휴직을 좀 더 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언젠가 우리가 자유롭게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시기가 될 때, 그 시작에 지금과 같은 순간이 있었음을 추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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