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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rore Sep 25. 2021

나는 어떤 노매드가 될 것인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에 ‘빈곤의 노매드’가 된 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반면 단순 업무의 노동 수요는 줄어드는 대신 전문성을 보유한 프리랜서의 입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찍이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10년 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지고 한 사람이 8~10개 일을 하는 프리랜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이보다 수 십년 앞서 자신의 저서 <호모 노매드, 유목하는 인간>을 통해 인류를 의사와 교사 등 한 곳에 소속된 노동자인 ‘정착민’과  창의적인 직업을 넘나들며 자발적으로 노매드가 되는 ‘하이퍼 노매드’, 디지털화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비자발적 노매드가 되는 ‘빈곤층 노매드’의 세 부류로 나뉠 것으로 전망했고 이것은 현실이 되고 있다.


안정인가, 도전인가

“Freelancing in America: 2018”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내 프리랜서는 근로자의 35%에 달한다. 3명당 1명꼴로 전업 프리랜서이거나 프리랜서를 겸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해 유럽 프리랜서 포럼에 따르면 유럽 총 노동인구의 7%가 프리랜서로 파악됐고 일본의 경우에도 전체 노동 인구의 약 17%가 부업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프리랜서로 추산된다.(랜서 스 2017) 한국의 경우 지난 2017년 프리랜서 코리아에 따르면 전문 프리랜서와 투잡 인력을 모두 포함해 2020년 프리랜서 인구가 1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니엘 핑크(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엘 고어 부통령 연설문 작성자로 일한 바 있다)는 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의 차이를 “당신이 회사에 충성심을 주 면 회사는 당신에게 안정성을 보장해준다”라는 과거의 흥정 규칙과 “당신이 내게 기회를 준다면 당신에게 내 재능을 준다”라는 개념으로 구분했다. 미래에는 (어쩌면 이제는) 회사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거래 관계임을 인정하고 회사는 직원에게 충성심이 아닌 재능을 요구하고 그것에 보상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용업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미용실 사업자는 퇴직금을 보장하는 고용계약과 자유로운 근로 형태를 스스로 결정하는 프리랜서의 선택권을 디자이너에게 제시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권리와 책임을 가를 수 있다. 헤어 디자이너는 직장인으로서 안정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도전할 것인가를 정해 회사와 협의해야 한다. 이때 헤어디자이너는 회사가 마련한 업무와 보수 체계로부터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헤어 디자이너들의 근로자성 논쟁에서 핵심 이슈 중 하나는 기본급과 퇴직금이다. 회사는 인센티브를 조정함으로써 기본급과 퇴직금 등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미용실이라면 헤어 디자이너들에 게 정규직 프로그램을 제안함으로써 충성심을 요구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소규모 영세 미용실은 헤어 디자이너와 관계를 파트너로서 재정립하고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프리랜서 인구가 증가하고 노동의 한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업종 특성과는 별개로 사용자와 노동자의 노동 필요성에 따라 기업의 핵심적인 업무를 제외하고 전 직종에 프리랜서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의 거울이 되어온 일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심각한 인력난을 겪으면서 정부 차원에서 프리랜서 활동과 권익 보호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청에 해당하는 후생노동성이 직접 나서서 기업과 프리랜서 간 서면 계약과 보수 지급에 관한 방안을 만들고 2021년까지 의회 상정을 목표로 직업별 프리랜서 ‘최저임금제’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 직장인 부업과 관련해 일부 금지사항을 제외하고 모든 부업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한 것은 프리랜서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끼쳤다. 민간에서도 공동 복리후생과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 협회를 설립해 프리랜서 시장이 커지는 구조가 조성되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에서는 프리랜서 유니언(네트워크) 또는 협회가 공동 의료보험이나 배상보험을 운영해 최소한의 안전망 기능과 함께 전문성 강화 역할을 함으로써 프리랜서 시장이 자리 잡도록 한다. 국내에서도 예술 직종의 경우 협회와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사례가 있다. 정부나 기성 단체에 의존하지 않고 미용업 내부에서 프리랜서 협회, 프리랜서 협동조합 등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미용업이 인재를 유입하고 더 크게 성장하려면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프리랜서는 10년 이내의 가시적인 미래다. 10년 후 자크 아탈리의 3가지 노마드 분류 중 어느 쪽에 속하는 헤어 디자이너가 많아질 것인가는 지금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다른 직종에 앞서 프리랜서 제도를 고민하는 것은 당장은 어렵지만 행운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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