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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꼽슬 Curlywavy Jang Oct 28. 2019

[그로토프스키 #3]고되고 고된 신체훈련, 모션스

그로토프스키 신체훈련 모션스(Motions)의 원리와 방법

[그로토프스키 #1]

워크샵 중 - 신체 훈련에 대하여


   그로토프스키 워크센터에서 진행한 신체 훈련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반응하기, 두 번째는 모션스(motions)이다. 첫 번째, “반응하기”는 아래의 세 가지 단계로 진행했다.


1) 부모님은 아래층에 있고 우리는 현재 2층에 있다고 생각하자. 이제 잘 시간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놀고 싶다. 각자의 침대에서 조용히 일어나 모든 공간을 활용하며 아래층에 들키지 않고 다른 형제들과 놀아보자. 각자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움직여보자. 
2) CAT - 고양이의 움직임 따라하기
3) 숲에서 다른 동물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고 움직이기.


이 훈련은 워크센터의 멤버인 앙토낭(Antonin)과 벤와(Benoit)가 진행했다. 이 연습을 하며 둘을 아래의 내용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놀 때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상대방이 이렇게 반응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움직이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할 때 의도를 가지고 가리키는 것(indicate)이 아니라 함께 놀고 반응(Play and react)한다. 무대 위에서도 이러한 자연스러운 행동과 리액션을 찾아야한다. 숲에서 다른 동물을 만났을 때 반드시 그 자리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동물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갈 수도 있고, 더 친해지기 위해서 가까이 이동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앞 동작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의 축이 바로 서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몸의 균형이 무너져 연결 동작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두 번째, 모션스는 스트레칭을 하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반응하며 신체를 훈련시킬 수 있도록 그로토프스키가 고안해 낸 신체 훈련법이다. 모션스는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래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1단계 : 프라이멀 - 스탠드업 - 스트레칭(업) - 스트레칭(다운) - 스탠드업 - 방향 바꾸기 4번 반복
1-2단계 사이 : 임펄스(순간적으로 아래로 주먹 찌르기) - 하늘 쪽으로 스트레칭 - 두 팔로 원 그리며 차렷하기
2단계 : 프라이멀 - 스탠드업 - 한 다리를 가슴으로 끌어모음 - 팔을 앞으로 펴고 상체를 앞으로 굽히며 동시에 다리를 앞으로 펴며 스트레칭 - 상체는 앞으로 굽힌 채 다리는 뒤로 펴며 스트레칭 - 스탠드업 - 방향 바꾸기 4번 반복
3단계 : 프라이멀 - 순간적으로 손바닥 펼치고 아래로 찌르기 - 천천히 상체를 펴기 - 하늘쪽으로 스트레칭 - 허리 뒤로 젖혀 스트레칭 - 차렷


위의 단계에 대한 각 자세는 아래의 사진과 같다.(자료출처 - Bali and Grotowski: Some Parallels in the Training Process, by I Wayan Lendra)

그로토프스키 워크센터의 신체훈련 "모션스(Motions)"

   매일 한 단계씩 훈련을 하며 전체 모션스에 대해 익혀갔다. 각 단계마다 4명이 한조가 되어 훈련을 진행했고, 4명이 동서남북 한 자리씩 위치하여 자신의 순서가 되면 동작을 이끌고 다른 사람들은 이에 반응하며 동작을 이어갔으며 한 바퀴를 돌면 한 사이클이 끝나는 형태였다. 매 훈련은 1시간 정도 진행되었으며 각 신체 부분에 집중하면서도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쭉 당긴다는 느낌으로 스트레칭하며 동작을 진행해야했기에 짧은 시간동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에도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며 움직이며, 전 사이클이 끝나기 전에는 온 몸의 스트레칭 상태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션스는 익숙한 동작이 아니어서 2주 동안 각 단계별로 차근차근 배워가며 진행되었다. 2주간 진행됐던 연습 중 마지막 시간에는 토마스의 지도를 받으며 모션스 전체 단계를 함께 진행했다. 전체 참가자들이 함께 서로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1시간여 진행된 모션스는 정적이면서도 매우 동적인 시간이었다. 토마스는 모든 훈련이 끝난 뒤 모션스는 배우가 스트레칭을 하는 훈련인 동시에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연습이라고 말하며 전체가 하나가 되어 움직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상대의 움직임에 대해 인식하고 반응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모든 훈련을 할 때 첫 시간부터 마지막까지 남자는 검정 삼각 수영복, 여자는 위아래 검정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연습에 참여했다. 자신의 몸에 집중하며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그 순간에 인간의 육체가 관음의 대상이 아니라 순수한 육체 그 자체로 느껴졌다. 항상 옷이나 다른 상황 안에 숨겨져 있는 몸에 대해서 이 연습 동안만큼은 순수한 육체, 그 자체로 느끼고 받아들였던 기억은 워크샵 기간 중 느꼈던 강렬한 기억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앞선 노래부르기 훈련에서 일부 참가자는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토마스는 연습 때 있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배우는 그 순간에도 집중과 동시에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가 그 모든 것들을 버티고 나아갈 수 있도록 강하게 훈련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워크샵 기간 내내 “운반수단으로서의 예술(Art as vehicle)"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그로토프스키가 말했던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육체, 자기 자신을 상승시키거나 하강시키는 역할을 감당해 내야하는 대상으로서의 육체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술, 담배, 그리고 많은 유혹이 존재하는 사회 안에서 배우 예술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신체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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