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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02. 2023

09.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어쩌면 나는 바보일지도 몰라(브런치 너무 어려워!)

 브런치 너무 어려워!


 오늘은 이 말로 시작하고 싶다. 사실은 매거진이라는 기능이 있는지도 몰랐다. 21년도에 글을 쓸 당시에도 '왜 내가 쓰는 일상 이야기를 한 곳에 묶고 싶은데 그렇게 글 그룹을 만드는 기능이 없는 거야.' 하고 투덜거렸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기능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냥 내가 몰랐던 거였다...... 어쩌면 나는 바보일지도 몰라.


 여자친구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나 바보 아니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그러면 언제나 여자친구에게 답이 돌아온다. 아냐, 바보 맞아.


 나는 매거진이라는 기능이 있음에도 지금까지 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목에 숫자를 붙이는 것도, 제목을 늘 똑같이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라고 적은 이유도 사실은 매거진이라는 기능을 알지 못해서 하고 있는 행동이었다.


 나는 내 일상 이야기를 차분하게 적고 싶었다. 가끔은 길을 가다가 마주친 20마리가량의 까치무리를 보고 오! 오늘은 까치를 봤어! 까치는 둥글넓적해! 하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적고 싶었고, 어느 날은 일터에서 후배들과 나눈 실없는 이야기를 툭툭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적으면 너무 수다스럽게 보이려나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내 캐릭터인데.


 떠들 시간을 주면 혼자서 1시간 동안 풀타임으로 떠드는 사람, 마음 맞는 주제만 있다면 그 주제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매일매일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는 생각들 때문에 가끔은 나사 빠진 듯 사는 사람, 모두가 나다.


 어쨌든 나는 브런치에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적고 싶었다. 하지만 첫 글을 적기 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일상적인 헛소리를 몇 개나 적었는지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분명 중간에 일상이야기 말고 다른 것들도 많이 적을 텐데.'


 그래서 나는 제목에 숫자를 붙이고 큰 제목은 통일시켜서, 소제목에 언제나 주제를 간단하게 적고는 했다. 하지만 오늘이 되어서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매거진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매거진으로 내가 옛날에 적었던 글을 옮길 수 있었으니까......


 매거진 기능이 있다는 사실은 지난 일요일쯤에 알았다. 소설에 대한 서평을 쓰려고 이리저리 뒤적거리다 기능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써놓은 글을 옮기는 방법을 몰랐었다. 그래서 서평을 쓰면서도 마음속으로 브런치를 욕했다. 써놓은 글은 어떻게 옮기라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괜히 욕한 거였다. 미안해, 브런치팀.


 써놓은 글을 옮기는 방법을 몰랐던 나는 지금까지 쓴 글들을 복사, 붙여 넣기를 해서 옮길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글을 올리면 글을 도배해서 올리는 것처럼 피드가 막 올라가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관심을 끌려고 피드를 막 올리는 건 아닌데 누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잖아!'


 그래서 결국은 써놓은 글들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적기 시작했다. 브런치팀을 원망하는 서두와 함께......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N사의 검색창에 브런치 매거진이라고 작성을 하자 나처럼 써놓은 글을 매거진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어떤 블로그에서 브런치 글을 매거진으로 옮기는 방법을 적어놨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블로그 주인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안 그랬으면 써놨던 글은 날리고, 브런치팀을 원망하는 서두로 글을 쓰고,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이 이 녀석 바보인가 봐 하고 비웃었을 거니까......


 이렇게 내 부끄러운 이야기를 대충 휘갈겨 써본다. 이건 매거진을 만들고 정식으로 쓴 첫 글이다. 앞으로는 글을 묶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조금 더 힘내서 오늘의 이야기들을 마구잡이로 휘갈겨 써봐야지.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제목도 바꿔버릴까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이렇게 시작한 제목 끝까지 가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저 제목을 갈아버려야 하긴 한다. 나는 이제 곧 대학생도 아니고 내년이 되면 잠시 사회인도 그만두게 된다. 음...... 그렇지만 제목을 바꿔도 내년쯤에 바꾸려고 한다. 곧 대학생은 아니게 되지만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아놓으면 묘하게 젊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올해 만 나이로 바뀌면서 1살 젊어지게 되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젊은 마음을 그대로 안고 가자는 의미에서 제목은 내년에 바꿔야겠다.


 여자친구는 이런 걸 신경 쓰면 아저씨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아직 대학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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