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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03. 2023

10.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맞춤법과 띄어쓰기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와 유사하게 글을 틀리는 것처럼 띄어쓰기는 언제나 글쓰기 최대의 함정이다. 이 잔디를 얼키설키 묶어놓은 듯한 함정은 바닥을 보고 걷는 사람 입장에서는 '에이, 누가 이런 거에 걸리겠어.'하고 가볍게 피하기 좋은 함정이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앞을 보고 걷는 사람에게는 가장 걸리기 쉬운 함정일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바닥을 보고 걷기보다는 앞을 보고 걷는다. 그렇기에 누구나 이 함정에 걸려 보기 좋게 넘어진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주변 지인에게 브런치 이야기를 하다가 옛날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올렸던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확인했다. 옛날에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가 한번 떨어졌다는 그분의 이야기에 내가 얼마나 글을 썼나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20편이던가, 30편이던가, 별로 많이 쓴 기억은 없었다. '일상적인 이야기 조금 하고 소설 20편 정도였던가?' 하지만 과거의 나는 생각보다 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했던 모양이었다. 소설만 해도 40편가량이 나왔으니 말이다. 과거 TRPG를 하고 해당 세계관을 기반으로 밝혀지지 않은 주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으로 세계관을 짜서 썼던 연금술 이야기, 그 외에 준비만 했던 작품까지.


 생각 이상으로 꽉 차 있는 블로그를 보고 놀랐다. 그 후 몰려오는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즐겁게 쓴 기억밖에 없는데 왜 다시 읽을 때는 묘한 부끄러움이 올라오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글을 읽을 때 밟히는 것들이 있었다.


 띄어쓰기와 표현이었다. 나는 사실 아직도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맞추면서 글을 적지 못한다. 올바른 맞춤법이 있고, 항상 틀리는 그 부분을 매번 고침에도 불구하고 새 글을 쓸 때면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서 글을 적는다.


 짧은 글을 쓸 때도 적게는 5곳, 많게는 10곳까지도 띄어쓰기를 틀리는데 막상 틀리는 위치를 보면 늘 틀리는 익숙한 그 위치다. 쓸 때면, 쓸 때도, '~때' 하고 쓸 때 매번 틀리는 것이다.


 사실 혼자서 막 글을 쓰고 혼자서 읽는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글을 교정하는 일이라면? 분명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자기반성을 위해서다. 사실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했지 내 글을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한 번에 휙 써버리고 덮어버리고, 다음 날이면 새로운 글을 휙 써버리고 덮어버리고. 퇴고가 필요하다. 문장을 고치기 위한 퇴고와 더불어 맞춤법, 띄어쓰기를 고치기 위한 퇴고가.


 그리고 표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사실 끝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이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유려하게 글을 쓰고 싶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크면 클수록 내 글은 수분이 날아가 딱딱해진 빵처럼 딱딱해져만 갔다. 어쩌면 어른이 되면서 더욱 말라가는 감정선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세밀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그런 사람들이 지휘자처럼 부드럽게 멜로디를 그려낸다면 나는 투박하게 돌을 깎아낸다고 표현해야 할까, 뭔가 예쁜 글과는 먼 이야기만을 적는다. 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투박한 그 맛이 또 익숙하다고들 하지 않는가? 아니 그렇게 생각해 주고 읽어주면 좋겠다. 나는 앞으로도 좀 투박하게 쓸 거 같으니까......




 위에서 TRPG 이야기가 나와서 짧게 이야기를 적자면 나는 꽤 어렸을 때부터 TRPG를 즐겨왔다. 물론 지금은 시간적인 관계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전에만 해도 주말 저녁이면 언제나 삼삼오오 팀끼리 모여서 스토리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 본가에 올라가 전역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형이 내게 무심하게 던진 말이 있었다.


"이야기 잘 되었냐? 그랬으면 축하하고. 그리고 나중에 본가 올라왔을 때 TRPG 하고 싶으면 말해라. 내가 마스터링 하는 팀에 끼워줄 테니까."


 우리 형은 아직도 열심히 TRPG를 즐기고 있다. 뭐, 내가 TRPG를 다시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음에 집에 올라가면 형의 룰북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TRPG가 궁금한 사람들은 룰북을 한 번 읽어봐도 좋다. 룰북이라고 하면 딱딱한 설명서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TRPG 룰북은 하나의 판타지 소설과 다름없다. 굳이 설명하면 세계관 지침서정도? 아무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다.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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