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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05. 2023

11.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햄버거에 대한 짧은 단상

"나중에 신메뉴를 낸다는 햄버거 집이 있으면 폭파시켜 버려야겠어......"


"아니, 그러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몇 주전에 여자친구와 나눴던 대화다. 무엇을 숨기랴, 나는 햄버거를 좋아한다. 참깨빵 위에 순살고기 패티 2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나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나는 햄버거가 슬로우 푸드라고 떠드는 웃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으니까. 햄버거도 안에 들어 있는 재료와 소스, 본연의 맛을 생각하면서 먹는다면 슬로우 푸드라고 불러줘도 되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웃음거리가 될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아랑곳하지 않고 햄버거는 슬로우 푸드라고 말한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느긋하게 햄버거를 즐기니까.


 내가 서산에 발령받았을 때 가장 먼저 구매한 물건은 자동차였다. 근무지의 특성상 자동차 없이는 다른 지역은커녕 시내에 가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큰 맘먹고 자동차를 그간 모은 돈으로 샀다. 그때만 해도 마음 한편으로는 전역을 생각하면서도 진짜 전역할 용기가 없었으니 기왕 사는 거 오래 탈만한 좋은 차로 말이다.


 새로 생긴 자동차는 내 삶에 많은 변화를 줬다. 대구에서 지하철 타는 것도 귀찮아 시내에도 잘 안 나가던 내가 주말에 차를 끌고 혼자 바다를 보러 갈 정도로 말이다. 이런 근처 구경이 지겨워질 때쯤 시작한 일이 있었다. 바로 버거킹 멤버십 MVP 찍기와 서산의 수제버거집 탐방이었다.


 사실 전자는 반강제로 하게 된 일이었다. 연고도, 지인도 없이 서산에 발령된 내게는 당연히 친구도 없었다. 그렇기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함께할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언제나 밖에 나가면 혼자 식사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곳은 버거킹이었다. 혼자 들어가서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먹을만한 식당, 쿠폰으로 적당히 저렴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 버거킹은 내 마음속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턴가 시내에 나갈 때면 하나의 루틴처럼 버거킹에 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당시에 나온 스테커 4 와퍼를 먹고, 다음으로는 피넛버터 스테커를, 미트칠리를, 기네스를, 신메뉴가 나올 때면 언제나 신메뉴를 꼭 한 번씩 먹고 여자친구에게 신메뉴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말해주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서두처럼 되었다...... 여자친구는 햄버거 이야기만 하면 20분은 햄버거에 대해 떠드는 내 모습이 이제는 어이가 없는지 햄버거 집을 폭파시켜 버리겠다는 이야기까지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여자친구가 내 햄버거 사랑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여자친구는 내가 버거킹 멤버십을 꽉 채울 때쯤부터 수제버거집을 가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이상한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내게 수제버거는 일반 프랜차이즈와 달리 함부로 갈 수 없는 비싼 음식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아마 돈을 벌줄 만 알지 쓸 줄은 몰랐던 나의 착각이었겠지. 하지만 그녀의 권유였기에 나는 가장 먼저 서산이 아닌 가까이에 있는 해미의 수제버거집에 갔다. 그리고 다음에는 멀리 서산에 있는 수제버거집에도 혼자 방문했다.


 나는 솔직히 혼자라는 부분에서는 좀 웃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산에 있는 수제버거집은 아무리 봐도 인스타감성의 혼자서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애인과, 친구들과 방문할만한 인상의 가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편견 속의 편견은 나온 햄버거를 먹은 이후로 완전히 깨져버렸다.


  기름기 가득한 고기 패티를 두툼하게 2장 집어넣기 때문에 느끼함이 있다. 그렇기에 BLT, 그중에서도 토마토의 비중을 올려 싱그러운 맛을 살린다. 이런 햄버거의 경우 소스 또한 가득 들어간다는 점을 요리사도 인식했는지 기름기, 소스에 젖어 번이 찢어지지 않도록 일반 햄버거보다 훨씬 단단한 번을 사용한다. 주위에 토마토소스를 플레이팅 해주면서 햄버거만으로는 무거운 느낌을 완화해 준다.


 인스타 맛집이라고 불릴만한 인상의 가게는 요리사가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 지를 알고 만들고 있었다. 요리사가 만드는 것은 햄버거였다. 들고 먹을만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햄버거였다. 빵, 소스, 패티, 야채까지 모자란 부분 없이 화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햄버거였다.


 가게를 나온 뒤 자동차를 탈 때쯤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햄버거는 어땠어요?"


"다음에는 같이 오고 싶을 만큼 맛있었어요."



 사실 아직 못 가본 수제버거집이 있다. 2번이나 가기 위해 차를 끌고 40분이나 달려갔지만 갈 때마다 마감이어서 가보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맛의 햄버거에 기대를 품고 있다. 이건 비단 수제버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맘스터치의 청양마요 미트볼버거도, 버거킹의 치킨킹도, 맥도날드의 더블쿼파치도 말이다.


 ...... 그래도 햄버거를 좋아하는 만큼 평소에는 건강하게 먹어야겠다. 음료수도 제로콜라만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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