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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07. 2023

12.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문학은 왜 읽어요?

"비문학은 무언가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거잖아? 자기 개발이든 지적 향상이든. 그러면 문학은 왜 읽는 거야?"


"재미있으니까."


 어떤 사람들은 행위에 이유를 붙이고 그 이유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죄악시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대답을 한다면 불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것처럼 얼굴을 찡그릴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문학은 재밌으니까 읽는 거다.


 나도 가끔씩 책을 펼칠 이유를 찾는다. 막상 첫 문장을 읽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밌어서 몸부림칠 거면서 말이다. 책은 읽는 순간보다 책을 읽기까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책을 왜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붙여서 그 답이 만족스러워야만 책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모 영화 평론가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지적 허영심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의견에 동감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수박 겉핥기라도 하기 위해 읽는 행위, 이런 행위를 누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 관심이 더 붙는다면 그와 관련된 책을 추가로 읽게 될 테니 말하자면 일석이조, 나쁠 것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하나의 빈틈이 생긴다. 바로 문학이다. 비문학은 지적 허영심을 위해 읽을 수도 있지만 문학은 아니다.


"나 얼마 전에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어!"


 물론 이런 말을 하기 위해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도 지적 허영심의 일부다. 하지만 나는 문학만큼은 이유를 붙여서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학은 읽는 데 이유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즐기기 위해, 재미있으니까, 이런 이유만으로 문학을 즐겨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이다.


"문학을 읽을 때 이유를 붙이는 사람은 글쟁이거나 글로 먹고 싶어 하는 예비 글쟁이들이면 충분해. 그냥 재미있어서 읽는 거지 다른 이유가 필요해?"


 옛날에 내게 왜 문학을 읽냐고 물어봤을 때 했던 이야기이다. 후배는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넘어갔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이런 내 대답이 흔할 거라 생각했는데 최근 인터넷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철학사, 미술사, 역사서등을 읽을 때 이유를 찾으면서 읽다 보니 문득 문학은 왜 읽는가에 대해 질문을 가진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언제나 위와 같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제는 뒤에 꼬리를 하나 더 붙인다.


"만약 이유를 붙인다면 문장력을 올리기 위해 좋은 묘사, 구절, 구도를 기억하고 작가의 작풍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으로 충분해. 근데 그 이전에 그냥 아! 이 소설 너무 재밌었다! 현실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마음만 들었어도 그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소설이라는 거지."


 나는 문학을 읽을 때 이유를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순수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라이트노벨, 고전, 웹소설, 장르소설, 이런 것들에 급을 두고 서로 위아래를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전만 읽으면 어떠한가? 라이트노벨을 즐겨 읽으면 어떻고? 웹소설만 읽으면 독자가 아닌가? 판타지만 심취해 있다면 도움이 안 되는 것들만 읽는 이상한 사람인가? 아니다. 모두 다 똑같은 독자고 책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딱 하나, 작가의 시점에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라이트노벨, 고전, 장르소설, 어떤 것을 읽을 때도 훌륭한 짜임새를 보이는 소설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런 작품을 읽을 때면 언제나 그런 고민을 해본다. '나는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no이다. 나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며 이 글을 썼는지를 언제나 상상해 본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언제나 같은 결론이 나온다. 어떤 작품이든 무시할만한 작품은 없구나.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고, 또 사랑받기 위해 작품을 연재해 나갈 용기가 필요하구나.


 나는 장르소설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그리고 판타지중에서도 지금은 퇴색되어 버린 신전기형 어반판타지를 좋아했던 사람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문학 작가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 당시에도 장르소설에 대한 평은 극단으로 갈렸다. 누군가는 불쏘시개라 칭했고 누군가는 언젠가 대작이라 불릴 작품이라 칭했다. 하지만 나는 간단하게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강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것이다. 불멸의 고전이라 불렸던 소설들이 오래전 과거부터 살아남아 지금까지 내려온 것처럼, 이런 장르소설들도 먼 미래까지 살아남고 불멸의 고전이라 불릴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그때까지 순수하게 어떤 문학이든 즐기고, 또 마지막까지 남는 문학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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