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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08. 2023

13.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나도 술이 싫은 게 아니야.

"보면 카레곰이는 회식와서도 술 안 마신단 말이지."


아예 안 마시는 것도 아니다. 첫 잔은 맥주에 소주도 샥 섞어서 탁탁! 한 번 휘저어주고 다 같이 선창 후창도 하고 기분 좋게 쭈욱은 아니어도 마신다. 하지만 그 후로는 콜라를 마시고 싶다. 몸에서 술을 선천적으로 안 받아주는데 어쩌겠는가.


 봄이 온다. 축하의 계절이 온다. 누군가는 30주년을 버텼기에 축하를 받고, 누군가는 진급을 하기에 축하를 받는다. 새로 온 인원이 있기에 축하를 해주고, 떠나는 인원이 있기에 앞길이 밝게 빛나기를 기원하면서 술을 한 잔 기울인다.


 여기서 나는 MZ이야기는 안 꺼내고 싶다. 내가 그 MZ여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그저 술을 안 마시는 데 그런 나이로 사람을 묶는 바보 같은 이유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냥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거다.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니까. 다음 날이면 컨디션도 흐트러지고 얼굴에 두드러기부터 막 올라오니까. 선천적으로 술이 약해서 속이 매스꺼우니까.


 칵테일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시다 취해서 쓰러지고 토해본 적이 있는가? 별로 쌔지도 않은 술들을 마셨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런 놈이다. 여자친구보다 술이 약해서 뭔 남자가 술을 이렇게 못 마시냐고 놀림도 당하고, 칵테일 바에서 피자 구웠던 거 기억나냐고 형한테 이야기도 듣고, 회식자리에 가면 회식하다 화장실에 가서 속을 한 번 게워내고 돌아올 때 모두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던 그때를 기억하는......


 물론 술을 강권하는 문화는 사라졌다. 하지만 술을 좋아해서 신나게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 맞춰 박수치며 논다고 치더라도 나 혼자 마시지 않는 상황서 느껴지는 군중 속의 고독은, 그리고 아, 술이 약해?라고 말하면서 납득하는 듯 이야기하지만 가끔씩 내 잔을 힐끔 쳐다보는 그 시선은, 가끔은 정말 힘들다. 나도 그냥 시원하게 술을 잘 마시면 좋겠다. 그냥 궤짝으로 병나발을 불어도 문제없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누구보다 잘 마시고 누구보다 잘 놀았을 텐데.


 회식이 싫은 것은 아니다. 물론 좋지도 않지만, 어쨌든 내 돈을 내든, 내지 않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또 가끔은 즐거운 이야기를 동료들하고 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은가. 하지만 내 입장도 조금은 이해해 주면 좋겠다. 내가 마시더라도 자제해서 마신다는 것도, 마시지 않더라도 즐겁게 이야기하고 호응할 수 있다는 것도, 이게 다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걸.



 회식이랑 별개로 요즘 차를 끌고 다니니까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남의 차를 얻어 타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본가에 올라갈 때도 서울, 경기 그 지옥 같은 도로를 운전하는 것보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꿈나라 여행을 하다 도착하는 것이 편하고, 여행을 갈 때도 남이 운전해 주는 차에서 멋진 노래 선곡하면서 분위기를 살리는 게 행복하다. 그리고 회식장소까지 다른 사람들을 태워주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차를 얻어 타는 것이 행복하다.


 그냥 아직 운전 2년차인 내 실력을 내가 못 믿어서 그런 걸까. 동료들을 태우고 밤의 불빛을 따라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사고내면 안되는데 같은 생각이 불현듯 들고는 한다. 나를 태워주던 선배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도 선배로서 언젠가 가져야 할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은 당장 차를 사기 곤란하니까, 이럴 때는 내가 태워주는 게 맞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제 다음 주면 또 새로운 축하자리가 마련된다. 그때는 후배들을 태우고 식사자리까지 가니까 아마 술은 안 마시겠지만, 그래도 다들 안전하게 잘 데려가고 또 데려다줘야한다는 생각에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언제쯤 초보운전 딱지를 뗄 수 있을까...... 안전운전!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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