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레맛곰돌이 Feb 01. 2023

08.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나는 이맘때면 늘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던진다.


"이제 며칠 후면 봄인 거 알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옷깃을 더 여민다. 얼어 죽을 봄, 오늘은 2월의 시작이고 앞으로 3일 후면 봄이 온다. 우리는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


 요 며칠 날씨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눈은 눈대로 계속 내리고, 눈이 안 내리는 날이면 칼바람이 뼈마디를 쿡쿡 찌르는 날들이었으니...... 하지만 벌써 달력은 2월로 넘어갔다. 나는 입춘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봄의 시작, 그런 말이 무색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지만 그래도 봄! 봄이라는 단어의 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나는 봄을 좋아한다. 가을처럼 내가 좋아하는 코트를 입을 수 있어서 와 같은 이유가 아닌 순수하게 꽃과 나무, 그리고 긴 겨울이 끝난다는 생각에 조금 더 가슴으로 봄을 좋아한다. 대구에서 일하던 시절, 근무지에는 거대한 꽃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 2명이서 서로 손에 손잡고 나무를 끌어안아도 다 품에 안지 못할 만큼의 거대한 꽃나무, 나는 그 나무를 좋아했다.


 생각해 보면 내 추억에는 언제나 꽃나무가 함께 있었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공원에서 점심을 먹었을 때 바람에 흩날리던 꽃나무, 진주 훈련소 시절 동기생들과 껄떡고개를 뛰어올라간 후 내려올 때 펼쳐졌던 꽃나무길, 그리고 대구에서 봄이 올 때면 누구보다 빨리 우리에게 봄을 알려주던 아름드리 꽃나무...... 벚꽃은 빨리 피고 빨리 떨어진다. 그렇기에 1년 중 벚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꽃나무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벚꽃은 피어나는 순간부터 낙화까지 아름답다. 아니, 어쩌면 이른 낙화이기에 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처럼 벚꽃은 언제나 추억 위에 떨어진다.


 선배의 말로는 서산의 꽃길이 다른 지역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한다. 나는 지난해에 이곳으로 이동했지만 서산의 꽃길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꽃이 피어나는 계절에 코로나에 걸려 방 안에서 콜록거리면서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올 해에는 서산의 꽃 길을 보고 싶다. 이 도시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꽃나무를 보면서 좋은 기억 하나를 품고 떠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07.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