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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Jan 31. 2023

07.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글쓰기와 글 읽기

"맨날 대학에서 A4 1장 분량 리포트, 2장 분량 리포트 쓰라고 할 때마다 이걸 어떻게 채워...... 하다가도 막상 쓰면 종이가 모자라서 폰트를 줄이고 줄간격을 줄이게 된다?"


"선배, 이과생들 입장에서는 선배가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오늘 사무실에서 공부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하게 나온 이야기다. 내가 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런 부분이었다. 필요 없는 이야기 줄이기, 분량 자르기. 분량 자르기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잔가지를 치는 행위, 즉 필요 없는 부분을 쳐내고 디테일을 살리는 행위니까. 


 나는 그 디테일이 늘 부족했다. 허리춤에 보란 듯 거대한 칼을 차고 다녔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 찔러야 할 비수가 내 소매 안에는 없었다.


 어제저녁에 글을 쓰고 나서 쓰고 싶은 주제가 하나 더 떠올랐다. 그때 쓰고 싶은 주제를 메모장이든 어디든 기록해놨어야 했는데...... 막상 자고 일어나니까 어제 쓰고 싶은 주제가 있었어! 라는 기억만 떠오르고 그 주제가 뭐였는지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아침 출근부터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뭐였지? 한 10번쯤 나 자신에게 되물었을 때 아침 업무가 시작되었다. 결국 답을 찾지는 못했다.


복잡한 생각은 일을 하는 사이에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여유가 생길 때쯤 새로운 생각이 머리에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래서 점심을 먹은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을 토대로 후배와 대화를 나눴다.


"이번 주에는 어떤 책을 읽고 글을 써볼까 고민 중이야."


"뭐, 집에 있는 책으로 쓰면 되지 않아요?"


"그래도 되는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사서 읽고 그거에 대해 쓰고 싶단 말이지. 특히 지난번에 과제하면서 읽었던 그림책."


"사서 읽고, 그다음에는 뭐 하려고요?"


"그러게...... 애 있는 선배에게 선물로 줄까?"


 동화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아마 몇 주 내에 올라올지도 모른다. 요즘 동화책도 비싼데 30p짜리 책을 그 돈 주고 어른이 사서 읽을 가치가 있겠어요? 내게 묻는다면 질문을 돌려줄 것이다.


"혹시 어른이 된 후에 동화책을 읽어보셨어요?"


 만약 어른이 된 후에 동화책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한 번 보기를 권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낭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듯 읽는 방향으로 말이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동화책은 재미있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쓰였기에 어른들이 읽으면 이 책을 읽으며 즐거워할 아이들이 머릿속에 그려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화에 들어가는 의성어와 의태어는 글의 맛을 더해준다. 데굴데굴, 데구르르, 엉금엉금, 입 안에서 굴러가는 의성어와 의태어들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작게 웃음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동화는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디테일이 돋보이고 또 교훈이 마음 깊이 들어온다. 어찌 보자면 어려운 말의 나열보다 순수함과 디테일이 비수를 찌른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동화 한 권을 읽어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도 동화 한 권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생각에 대해 아마 힘들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말해주고 싶다. 동화는 쉽게 읽히지만 쉽게 쓰이는 글이 아니다. 


 동화는 나 같은 이상한 어른들이 읽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글이다. 작가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책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책에 몰두할 수 있을지, 단순하지만 글에서 교훈을 느낄 수 있을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웃음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을 책에 세심하게 담아내야 한다. 마치 아이들을 위해 인형을 만드는 재봉사처럼.


 그렇기에 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동화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다양한 시선으로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동화는 곱씹어 읽을수록 그들의 노고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디테일이 눈에 들어온다. 동화의 주인공은 보통 독자와 비슷한 나이의 어린 아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짧은 순간, 작은 행동 하나도 어른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 완전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런 디테일을 과거 과제를 하기 위해 읽었던 동화에서 보게 되었다. 아, 이 이상으로 말하면 막상 서평에서 적을 이야기가 없으니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이렇게 끝맺으면 조금 웃기지만 일단 나는 매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나씩 적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주말이 오기 전 이번 주에 읽을 책을 새로 구하고, 토요일이면 언제나 책을 읽고, 일요일에는 책에 대해 서평을 써보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쓰는 서평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의 모든 것에 대해 내 느낌대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책의 표지, 들어가는 글, 작가, 내 짧은 견해와 내 단조로운 생각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써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시선이 또 트이고 내 기록들이 쌓이면서 올 해의 독서는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달라진 내년의 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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