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도서
1. 국화와 칼_루스 베네딕트(5/7~5/16)
2.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2_나가츠키 탓페이(5/17~5/18)
읽고 있는 도서
1. 서양미술사_에른스트 곰브리치 (4/13~)
2. 살인자의 기억법(5/18~)
읽을 예정이 있는 도서
1.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_한국경제신문
2. 건축, 300년_이상현
3.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_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4.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_조지 손더스
5.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3_나가츠키 탓페이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국화와 칼』을 읽는다고 거의 모든 시간을 썼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내용 자체가 시간을 들이면서 읽어야 하는 내용들이었기에 거의 한 주 내내 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고, 어제는 남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Re. 제로에서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2』(이하 리제로)를 읽었다.
『국화와 칼』에 대해서는 따로 서평으로 다뤄보고 싶다. 어, 이러면 벌써 서평으로 다루고 싶다는 시리즈, 책만 2개가 밀렸나... 매번 서평으로 다루고 싶다고 말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는 거 같은데 진짜로 틈을 내서 쓰도록 하겠다. 그래도 간략하게 이야기를 다뤄보자면 『국화와 칼』은 많은 일본의 컨텐츠를 보고 자란 세대의 시점에서 어째서 수많은 만화에서 이런 가부장적인 요소와 때로는 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인내하고 감당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거스르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에 대해 서양인의 시선으로 답을 내리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제대로 정리하면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 어떻게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이토록 극명한, 그러니까 카미카제와 같은 극단적 행동을 보이는 공격적인 인물들이라고 알려졌는데 무조건적 항복과 더불어 평화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양극화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줄 수 있냐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이런 서양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인식과 더불어 현재의 우리가 일본의 컨텐츠를 받아들일 때 최근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삼는 작품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은지에 대한 답변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특히나 다이쇼 시대는 일본의 벨 에포크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문화적 부흥기였던 시절이었다. 제국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거둬두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을 때 이 책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야기를 모두 서평에 담을 수 있을까. 부지런히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읽은 도서 다른 하나는 리제로 2권이었다. 주인공은 죽게 될 경우 일정한 시간축에서 살아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1권에서 죽고 살아나며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2권에서도 첫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내가 어째서 죽었는가에 대한 추리를 시작으로 이에 대해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내용이 2권의 스토리다. 여기에서 나는 이 소설이 판타지 배경의 추리소설과 비슷한 골자를 지닌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부터는 다소 자의적이고 특이한 나의 해석 방식이 담긴 이야기다.
예전부터 서평에서 다뤘지만 나는 판타지 배경의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일단 추리소설은 현실에서 가능한 부분을 포인트로 가설을 세워가며 범인을 추리해 가는 것이 최대 매력포인트다. 하지만 여기에 판타지가 가미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판타지가 추가된 세계에서 추리는 무의미하다. 애초에 현실의 물리법칙을 넘어서는 것이 판타지의 마법이니까. 그러기에 판타지 배경의 추리소설에서 탐정역은 보통 마법에, 혹은 마법적 지식에 정통한 인물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에 나오는 로드 엘멜로이 2세라던지,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에서 이야기를 묶어내는 도중 도움을 주는 현자와 같은 인물들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마법적 지식에 무지몽매한 주인공이 그 탐정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그리고 탐정이 풀어야 하는 문제는 단 하나,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한 추리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해서 바뀌는 경우의 수에서 자기가 어떤 사고로 죽었는가, 어느 부분을 배제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을 내려고 한다. 쥐도 새도 모른 채로 죽어버린 4일 차 밤의 첫 죽음의 사유는 무엇인가를 탐문하기 위해 마법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기 시작하고, 모닝스타로 인한 두 번째 죽음의 사유를 찾기 위해 다음 목숨을 버리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지키고 최대한 진실에 접근한다. 이어지는 세 번째 죽음과 네 번째 죽음, 여기에서 작품은 비슷한 골자를 지녔지만 결국 작품이 보여주고자 한 것이 추리와 해결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는 죽고 죽으면서 진실에 근접하지만 진실은 그가 원했던 내용이 아니었고, 그가 추리해 온 내용도 아니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그가 죽고 살아나는 것을 반복하면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그럼에도 자신의 능력 내외의 모든 요소를 활용해 이겨내는 인간찬가와 같은 이야기지 뛰어난 탐정이 풀어내는 추리극이 아니다. 그는 이미 팔다리가 잘리면서 6번, 7번 죽고 살아나는 것을 반복했고, 아마 앞으로 갈수록 더 많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는 언제까지 제정신을 유지하며 이 굴레에서 달릴 수 있을까. 이런 추리소설적인 기틀을 훑어보면서 쫓아가는 즐거움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스토리는 2권과 3권, 상하로 풀어지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하 권을 읽는 수밖에 없잖아... 다음 주에는 아마 하 권을 읽지 않을까 싶다.
다음 주는 길고 어려웠던 『국화와 칼』을 모두 읽었으니 가벼운 책들과 준비된 책들을 중심으로 읽어나가려고 한다. 주말에는 자격증 시험이 준비되어 있어서 바쁘겠지만 그래도 독서를 게을리 하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