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도서
1. 탐정 갈릴레오_히가시노 게이고(6/3~6/4)
2.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4_나가츠키 탓페이(6/4)
3.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5_나가츠키 탓페이(6/4)
4. 예지몽_히가시노 게이고(6/5~6/8)
5.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단편집 1_나가츠키 탓페이(6/7~6/8)
읽고 있는 도서
1. 서양미술사_에른스트 곰브리치(4/13~)
읽을 예정이 있는 도서
1.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_한국경제신문
2. 용의자 x의 헌신_히가시노 게이고
3.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_조지 손더스
4.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6_나가츠키 탓페이
5. 달리는 말_미시마 유키오
이번 주에는 휴일이 굉장히 많았다. 대통령 선거도 있었고 6월 6일 현충일에 주말까지 그야말로 황금같은 연휴, 내가 직장인이었다면 감사의 인사를 하늘에 올렸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는 직장인이 아닌 학원 수강생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냥저냥, 감사한 마음 없이 학원에서 뭘 만들지 고민이나 하고 있는 것이겠고.
6월부터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모든 건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기 전 전작부터 읽어보자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전작이 많이 있지는 않아서 부담없이 쭉쭉 진도를 뺐다. 작품을 읽어가면서 떠올린 것은 시리즈의 방향성이다. 내가 기억하는 『용의자 x의 헌신』과 이번 주에 읽은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은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고 해야하나, 내가 기억하는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용의자 x의 헌신』이 수학자와 과학자의 추리 대결과 같은 구도였다면 전작들은 단편집이다보니 기현상, 심령현상을 과학으로 풀어내며 「탐정 갈릴레오」의 주인공이 최초에는 어떤 포지션에서 나온 캐릭터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단편은 성격별로 묶여있다. 『탐정 갈릴레오』는 수사관들의 과학 지식으로는 증명할 수 없어 기현상이라 정의했던 사건들로 작품이 이뤄져있다. 여기에서 갈릴레오라 불리게 될 주인공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중에 '어떻게'에 해당하는 요소를 보충해주고 이를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소설에서 차용하는 트릭은 꽤나 흥미롭다. 작가가 어떻게 이를 다 구상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디테일에 치중했고, 독자 입장에서 과학적 트릭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주인공의 설명을 듣는 쿠사나기 슌페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설명을 해주는 역과 듣는 역이 있기에 몰입감이 살아나는 것이다.
두 번째 작품도 큰 틀은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수사관들은 이상현상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금 쿠사나기 슌페이의 친구이자 이제는 탐정 갈릴레오라 내부에서 불리게 된 주인공을 찾아간다. 하지만 이번 이상현상은 다르다. 과거 사건이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지만 증명하지 못했던 사건들이라면 이번 사건들은 과학적이지 않은, 심령현상이 껴있는 사건들이다. 그래서 주인공도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일에는 과학자가 필요없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고는 하는 게 소소한 포인트.
그의 이런 투정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어떻게'라고 정의되는 요소를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봤다던 귀신, 유체이탈, 예지몽에 대한 이야기들, 재미있는 점은 작가가 이런 현상들을 모두 부정하기 보다는 최대한 현실적인 포인트를 짚어가며 '이런 현상들은 없다!'는 형식의 마무리가 아닌 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사건들에서만큼은 과학으로 증명해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이는 『예지몽』에 수록된 마지막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다.
무난하게 읽을만한 작품들이었다. 솔직히 엄청 재밌어서 다음 작품이 너무 기대되고 잠이 안 올 정도냐고 한다면, 그정도는 아니다. 평작에서 수작, 그 언저리에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네임벨류에 비하면 나쁜 평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정도면 좋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추리소설에서 추리 트릭이 너무 허술하거나, 말이 되지 않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었고 추리 파트도 준수했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았다는 건 장르적 기반을 철저히 지켜냈다는 의미니 말이다. 어렵지 않은 책이니 거진 20년 전 작품이라고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리제로 4권, 5권, 거기에 단편집, 휴일이 많이 껴있었다보니 밤을 새다시피하며 읽은 소설이다. 4권 초반만 읽어야지 했다가 끝까지 읽고, 5권 도입부까지만 읽어야지 했다가 끝까지 읽고. 어제 밤에도 단편집 수록 파트 하나만 읽어야지 했다가 끝까지 읽고. 리제로 본편 이야기는 이제 3장의 중반을 지나고 있으니 딱히 붙일 코멘트가 없다. 재미있고, 때로는 낯부끄러워 스킵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특히나 스바루가 기사를 자칭하며 콧대를 세우다 싸움이 붙는 장면은 읽는 내가 부끄러워 스킵해버렸다. 예전에 애니메이션을 볼때도 그 파트를 보기 싫어했는데.), 때로는 굉장히 몰입하며 읽는 부분도 있고.
예전에 지적했던 번역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제는 그러려니 적응하며 읽고 있다. 문장이 안된다 싶을 정도로 틀어지는 부분은 없었지만 여전히 번역이 미묘하다는 감상을 지울 수는 없다고 해야하나. 애초에 작품이 3개월 단위로 나오다보니 번역에 신경을 쓸 상황도 없었을 것이고, 단행본처럼 오랜 시간 공을 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납득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요즘 라이트노벨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만큼 과거 인기있었던 작품들도 완결까지 번역이 되지 않고 중도에 절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번역에 문제가 있더라도 작품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는 팬들도 있을 거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에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1』이 한국에 정발되었다. 올해 4월쯤에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식이 끊겨 '혹시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나.' 혼자 상상하고 혼자 슬퍼하고는 했었다. 근데 약 3주전에 1권이 나오고 연달아 2권이 나온다고 하니, 이 자리를 빌어 노블엔진에게 소소한 감사의 인사를 올리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라이트노벨 시장도 참 기이한 시장이다. 단행본 시장은 읽을 독자를 만든다고 아우성인데 라이트노벨 시장은 읽을 독자가 있어도 판매고가 시원찮아 팔지 않는 상황이라니, 뭐 이런 표현도 반쯤 우스갯소리고 사실은 도서 시장 자체가 서브컬쳐, 단행본 할 거 없이 모두 어려운 상황임을 반증한다는 생각만 든다.
지난 달은 인문도서를 많이 읽었으니 이번 달에는 소설을 많이 읽어볼까. 위에서 이야기한 도서들의 후속작을 계속 따라가는 것만 해도 벅찬 한 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달은 머리를 너무 많이 쓰고 싶지 않기도 하고. 시험 준비와 포트폴리오 준비로 너무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가끔은 소설로 리프레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