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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10. 2023

15.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이대호가 없는 롯데 자이언츠

 내가 언제쯤부터 야구를 봤더라. 아마 초등학생일 때부터 야구를 봤던 거 같다. 처음에는 그냥 아버지가 틀어놓은 화면을 멍하니 같이 쳐다봤다. 공을 던지고, 치고, 뛰는 스포츠. 축구는 알았지만 야구는 자세히 몰랐기에 나는 으레 그렇듯 한 마디씩 던지시는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야구를 배웠다.


 그렇게 경기도출신의 나는 마음만은 부산 사나이, 롯데의 팬이 되었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이 부분은 롯데 팬이라면 누구나 다 기억할만한 그 순서일 것이다. '부산 갈매기' 떼창으로 시작해서 '돌아와요, 동백섬에'로 끝나는 롯데의 응원 코스, 이 마성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다른 팀 팬이어도 같이 부르게 된다 할 정도다. 언제나 경기를 이기고 mvp 인터뷰를 하기 전에 울려 퍼지는 롯데의 응원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나는 이런 응원 분위기를 좋아했다. 팬들은 모두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투혼을 펼치는 팀, 내 기억 속의 롯데는 그런 팀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저녁만 되면 야구를 봤던 나는 군에 입대한 후로 야구를 보지 않게 되었다. 옆에서 같이 야구를 보던 가족들이 없어서 심심해졌는지, 아니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불릴만한 선수들이 모두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팀의 경기력도 나날이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이유는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야구는 그냥 내 삶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물론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글쓰기 과제를 한답시고 옆에 야구를 틀어놓고 글을 쓰다가 어느 순간 손가락을 멈추고 야구를 멍하니 보고 있거나, 여자친구랑 통화할 때 야구를 잠깐 틀었다가 김원중의 패스트볼에 정신이 팔려서 순간 말문이 막히는, 그런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야구가 싫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냥 야구가 멀어진 것이었다. 퇴근 후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야구보다 저 재미있는 일들이 생겼다. 그렇기에 그냥 멀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최강야구라는 예능프로를 보고 있다. 사실 말이 예능이지 경기하는 모습만 보면 다큐멘터리가 따로 없다. 팀의 에이스라 불렸던 은퇴 선수들이 모여 팀을 짜고는 고교, 대학, 2군 야구팀과 경기를 하는 예능프로라니. 마구마구 같은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꿈의 올스타팀을 현실에서 보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은퇴한 이대호 선수도 나오고. 롯데 팬으로서는 안 볼 이유가 없는 예능이었다.


 그리고 이 예능을 보고 있으면 롯데가 다시 떠오른다. 내가 기억하는 추억 속의 롯데는 없다. 이대호도, 강민호도, 손아섭도, 송승준, 장원준으로 이어지는 1, 2 선발 콤비도 이제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23년의 롯데는 잘할 것이다. 기대가 된다.'라고 말하는 팬들의 마음속에도 전 시즌 보여줬던 불안한 모습들에 대한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전 시즌 어처구니없는 경기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쉴 때도 많았고 평소 마시지도 않던 맥주나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23년도의 롯데는 다시 날아오르면 좋겠다. 이제는 자이언츠의 거인이었던 이대호도 없고, 맨 처음에 말했던 '부산 갈매기', '돌아와요, 동백섬에'와 같은 응원가도 없다. 하지만 팬심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선수가 바뀌어도, 팀컬러가 바뀌어도, 팀은 언제나 사직구장에 있다. 그리고 팬들도 언제나 사직구장에 있다. 내년에는 부디 호성적을 가지고 다 같이 웃으면 좋겠다.


17년도 이후로 차근차근 쌓고 있는 비밀번호 710788을 이제 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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