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레맛곰돌이 Feb 17. 2023

20.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신작을 기다린다는 것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23년 지금, 신작 게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하면 뭐라고 반응할까? 분명 웃기지 말라고 할 것이다. 인내는 쓰다. 하지만 열매는 늘 달지 않다. 기다렸던 작품들이 기대와는 다르게 형편없었던 사례가 근래 들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대감을 내려놓지 않고 인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세계에 매료되었으니까. 과연 이 이상의 말이 필요할까.


 혹시 환세취호전이라는 게임을 아는가? 일본의 컴파일에서 개발했던 이 게임은 국내에도 정발이 되고, 시대가 지난 지금에도 많이 회자가 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게임이다. 단순한 턴제 방식에 캐주얼한 게임성을 지녔지만 숨겨진 요소도 나름 많고 파고들만한 부분도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나 또한 이 게임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심심하면 깨던 게임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그런 환세취호전이 최근 리메이크가 되어 나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작년 지스타에서 말이다. 부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나오는 게임들은 다채롭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흥미를 끌법한 게임들이 매년 제법 나오는 편이다. 특히 22년 지스타의 경우에는 과거의 지스타와 차별화된 부분들을 강조했다. 과거의 지스타가 국내, 모바일게임 중심의 행사였다면 올 해는 나름 해외의 게임사도 초청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인디게임이나 AAA급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많은 게임들 중에서도 내 눈에 띄었던 게임은 바로 위에서 말했던 환세취호전 리메이크였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비슷한 연배, 혹은 그 이상의 연배를 가진 게이머라면 적지 않게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22년 겨울에 발매한다니. 당시의 모두는 기쁨을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아직 게임 출시에 관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게임이 언제 출시한다는 이야기도 없다. 그 이전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분류 신청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즉 간단한 행정조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터넷상에서는 프로젝트가 엎어진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는 목소리부터 23년에는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담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럴 때일수록 힘내서 기다리자는 말을 꺼낸다. 회사에서 "다들 저희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주세요!"하고 운을 띄우지도 않았음에도 말이다. 모두 추억이라는 모닥불 앞에 모인 모험가들처럼 누가 불을 붙여주고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오늘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게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은 비단 게임업계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신작 소설을 기다리는 팬들도, 애니메이션 2기를 기대하는 팬들도, 영화 2편을 기다리는 팬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다. 후속작이라 불리는 것들이 최근 시리즈 근간을 흔들 정도로 지뢰작이었던 사례도 적지 않았기에 모두 '만일 시리즈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같은 걱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리즈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기만을 기도하며 신작을 기다린다.


 이런 추억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문득 노래 하나가 생각난다. 내가 힙합을 좋아하게 되었던 계기였던 곡이자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팀에 대한 추억이 담긴 곡이다.


우리가 태어났던 그 그 곳의 낯선

거리에서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을 봤어

그 꽃의 의미는 곧 우리의 심장

모두의 기억 속에 서서히 잊혀갔지만

모든 것을 얻었다 또 모든 걸 잃고

진흙 속에 피는 꽃은 피고 또 지고

작은 군중들 속에서 우린 외쳤네

다시 거친 그 말투를 마이크에 전해


 아마 국내 힙합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이 훅을 딱 보자마자 멜로디가 떠올랐을 것이다. 추억이라는 꽃은 어디에서든 피어난다. 좋은 게임, 좋은 소설, 좋은 영화에서 피어나기도 하지만 반대로 평범했던 것들, 혹은 평범하다고 부르기도 뭣한 이상한 것들에서도 피어난다. 그리고 추억은 잠시 회자되었다가 또 그 주제가 끝나면 금방 사그라진다. 하지만 추억의 씨앗은 남아 있기에 꽃은 언제든 다시 피는 법이다. 지금 우리들이 모닥불 앞에 뭉치는 것처럼 말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환세취호전 리메이크, 그리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들었던 고전부 시리즈의 신작, 거기에 어제 새로 산 책을 인증하면서 촬영한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원했던 것들이 모두 올해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오늘도 기대감을 품어 본다.


*AAA급 게임이란 대량의 제작비를 들여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고 높은 판매량을 목표로 하는 게임들을 편의상 부르는 용어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와 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19.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