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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16. 2023

19.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새 책을 사는 건 언제나 즐거워

"이번에 새 책을 산다고? 그러면 평소 읽었던 책들은 팔면서 새 책을 사요~ 나중에 이사 갈 때 또 고생한다?"


"그래야겠지......?"


 여자친구에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지난번 전속을 갈 때도 책만 상자 한가득 정리한 다음 차에 싣고 다니고는 했다. 다른 물건들은 몰라도 책은 못 버리겠다. 읽었을 때의 감정이 떠오르는 물건들이라 그런지, 중고서점에 팔려고 할 때도 자꾸 추억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정리는 해야지. 안 그러면 이사 갈 때 정말 개고생이니까......


 오랜만에 책장에 새 책이 입고되었다. 정말 새 책을 뜯어볼 때의 기분이란. 상자를 열 때 어렴풋하게 올라오는 종이 냄새, 책을 꺼내 들었을 때 살짝 퍼지는 책먼지, 그리고 책 상태를 보기 위해 한번 쭉 펼칠 때 비로소 방안 가득 퍼지는 책냄새까지. 정말이지 싫어할 요소가 하나도 없다.


 이렇게 적으면 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새 책을 사서 꽂아 놓는 과정을 좋아한다. 새로 산 책을 번쩍 들면 이 책을 언제 읽어야지, 이 책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읽어야지, 계획 세웠던 것들이 다시금 상기되어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당장 해야 하는 일 따위 제쳐두고 책을 읽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를 정도로 말이다.

구매한 책 1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구매한 책 2번, 날씨의 아이와 스즈메의 문단속. 옆에 놓인 볼펜은 후배가 굿즈로 사달라고 해서 사준 물건이다.

 이번에는 5권의 책을 샀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 2, 3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예전 작품 날씨의 아이, 그리고 신작인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이번 주 서평을 위해 구매했다. 중학생 시절 철학도, 역사도 모르던 내가 읽었던 고전들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어린 내게 큰 감명을 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그 당시의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10년도 더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금 구매했다. 10년 전의 내가 읽은 책과 10년 후의 내가 읽는 책은 얼마나 다를까?


 그리고 다른 두 권은 '날씨의 아이'와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날씨의 아이'같은 경우에는 영화관에서 작품을 미리 접했다. 여자친구와 같이 보러 갔던 기억이 있는 이 작품은 판타지, 청춘, 소년소녀의 만남이라는 컨셉을 기반으로 간질간질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줬지만 그보다 엔딩이 충격적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정말이지 우당탕탕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엔딩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이야기를 날씨의 아이를 봤던 다른 후배에게 꺼내고는 했다. 이게 뭐지, 싶은 엔딩이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할 때 한 후배가 내게 귀띔을 해줬다.


"날씨의 아이는 소설로 읽어 보세요. 많이 생략된 부분들도 있고 표현이 좀 모자랐던 부분들도 있는데 소설로 읽으시면 엔딩이 납득가실 거예요."


 문제는 그 말을 듣고 1년도 더 지난 이제야 샀다는 점이겠지만. '스즈메의 문단속'같은 경우에는 후배의 이야기로 알게 되었다. 사무실의 후배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3월에 국내서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돌림노래하듯 여러 번 내게 말하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영화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무엇보다 '날씨의 아이'가 조금 황당무계하게 끝나서 그런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상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서정적인 면모들은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고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청춘소설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책을 살 때 두 권을 같이 사게 되었다. 한 권은 부족했던 영화에 대한 보충을 위해, 한 권은 영화감상 후 비교를 위해.


두 책은 당분간 봉인해 뒀다가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가 나오면 여자친구와 함께 보고 다시 읽은 다음 서평을 써볼 생각이다. 음, 솔직한 심정으로는 벌써 읽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기 위해 퇴근 후의 시간을 모두 쓰기에는 할 일이 많으니 말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림의 떡이 되어 버린 책들을 보며 입맛을 다실뿐이다.


 지금의 정리되지 않은 내 책장이다. 아래의 소시민 시리즈, 고전부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부터 고전, 에세이들까지. 버리지 못하고 가져온 책들만이 꽂혀 있는 책장이다. 이 중에서 일부는 또 정리하고, 그 빈칸은 또 새로 채워 넣으면서 남은 1년을 보내겠지. 다시 새롭게 추가되는 책들을 보면서 중학교 때의 마음이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매일 책을 끼고 살면서 하루 한 권이상은 읽던 그때가 말이다.


 1년 후의 책장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더 좋은 책들, 내 기억에 남는 책들이 가득 꽂힌 애정 가득한 책장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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