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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19. 2023

21.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이제는 대학생이 아니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군 복무를 하면서 다닌 대학 4년, 거기에 편입한 사이버대학 2년까지. 28년 인생의 절반이 학생이었고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그렇게 말하고 싶다.


 졸업식에 참석할 것인지 물어보는 문자가 날아왔다. 링크에 들어가 참석 불가, 무던하게 체크를 하고 완료 버튼을 누른다. 졸업식에는 갈 수 없다. 언제나 부대에는 대기 인원이 필요하고 내가 맡은 보직은 비상 상황이면 30분 내에 출근해 비행을 지원해야 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사실 18일은 내가 비행을 비상대기를 서는 날이 아니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번 주에 비상대기를 서는 선배가 아프다더라. 금요일 날 오후 반가를 써서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더라. 들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자리를 쉽사리 비우지 못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 아침부터 선배에게 연락이 온다.


"아직도 몸이 아파서 혹시 지금 출근해 줄 수 있을까?"


 어차피 오늘은 책 읽는 날이었으니까, 그렇게 위로하며 선배 대신 출근을 한다. 군복을 챙겨 입고 사무실로 향하는 길, 문득 졸업식 생각이 난다. 지금 쯤이면 졸업생들이 모였을까. 강당에 자리 잡고 앉아서 졸업식이 열리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을까. 대학과의 거리만큼이나 졸업식이라는 단어가 멀게 느껴진다.


 18일을 기준으로 나는 대학생 신분에서 다시금 벗어나 2번째 졸업생이 된다. 입학하던 그때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자신에게 물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지만 아마 조금은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라고 말할 수 있겠지.


 사실 나는 아직도 더 배우고 싶다.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배우면 배울수록 뼈저리게 느꼈다. 글을 쓰는 일은 단순히 많이 써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많이 배워야 하고 좋은 문장을 많이 봐야 하며, 많이 느끼고 이를 많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게는 아직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 부끄럽지만 어디에 나가 문창과를 나왔다고 말할 수준의 글을 쓰지도 못하고 그 정도 학문적 교양이 있다고 말할 수준도 아니다. 아마 실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은 더 많이 합작을 하고 서로의 글에 대해 비평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좋은 심미안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나도 꾸준히 배워야 한다. 좋은 글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글을 읽고,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좋은 부분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그다음이 내 색채를 찾는 일이고.


 예전에는 바로 문창과 석사과정을 준비하면서 더 배워볼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 꿈은 잠시 접었다. 등록금이 조금 부담되어서 시작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전역을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다면 그 꿈에 다시금 도전해보고 싶다. 앞으로 2년, 좋은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다 언젠가 길이 막혔을 때, 다시금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내 미래는 아직도 불안하다. 전역을 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나가는 것인데 밖에서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부끄럽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가보고 싶다. 그리고 출판 편집자라는 꿈을 좇아 다시금 시작해보고 싶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졸업하는 날 교수님께 메일을 한 통 보냈다. 유달리 교수님의 수업이 기억에 남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 주위에는 출판 편집자가 없기에 업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런 길을 가보고 싶지만 인터넷에 들리는 이야기밖에 없어 불안한 마음이 있다는 한탄 아닌 한탄과 더불어 교수님의 수업이 즐거웠고, 또 남들과 합작을 해보지 못했지만 교수님이 과제에 달아주신 코멘트가 합작과 같아 즐거웠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2년 사이버로 잠깐 배웠다 사라지는 제자지만 언젠가 다시금 그 교수님의 책을 만나고, 또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는 학번이 아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위치의 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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