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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21. 2023

22.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이직 생각을 했는데 가슴이 뛴다.

 내게는 꿈이 있었다. 판타지 장르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 물론 이루지는 못했다. 브런치에 처음 진입할 때도 판타지 소설을 썼던 블로그를 통해 승인이 나서 진입하게 되었지만 그와 별개로 글과 멀어진 건 고등학교,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 글 쓰는 것보다 살아가는 일에 더 몰두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라는 꿈은 언제나 마음 한 곳에 있었다.


 그 꿈은 대학을 가게 되면서 편집자로 바뀌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 배우게 될 때 같이 배웠던 편집 업무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내 마음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편집자라는 직업은 먼 직업에 불과했다. 내 주변에는 군인, 이공계, 전문직밖에 없었고, 내게 방향을 제시해 줄 만한 업계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그 꿈이 조금은 뚜렷해진 느낌이 든다.


 나는 이영도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작가의 꿈을 꿨다. 그 후에는 당시 유행했던 소설들을 읽었던 거 같다. 한참 게임판타지가 유행하던 시절에 읽었던 달빛조각사와 위드, 형이 심심해서 가져왔을 때 읽었던 1 서클 대마법사, 전민희 작가의 대표작 세월의 돌과 룬의 아이들, 당시 도서관에서 인기가 많았던 SKT나 영웅, 마왕, 악당과 같은 소설까지 말이다.


 그 후로는 글을 썼다. 물론 잘 쓰는 편은 아니었다. 아마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썼을 것이다. 백일장이나 글짓기 대회에 나가면 입상하는 정도. 소설은 그 당시에 유행했던 게임판타지의 아류작 같은 느낌으로 쓰는 정도. 그 꿈이 끝나버린 건 중학교 2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우리 집은 3형제였다. 집은 넉넉하지 못했고 셋 모두 대학교를 보내기는 힘든 형편이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일을 한다니. 한국에서 대다수의 작가가 부업 수준으로 글을 쓴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어려운 형편에 도전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버지께서는 그쪽 방향으로는 나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아예 고등학교를 군과 연계되는 특성화 고등학교로 가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거기에서 내 꿈은 사실상 끝났다.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였으니까. 그리고 억지를 부리기에는 눈에 보이는 집의 모습이 있었으니까. 


 그 후로는 평범한 이야기다. 평범히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평범히 군에 입대하고, 평범히 장기복무를 준비하고, 평범히 진급하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나 있었지만 집안, 가족, 형제, 그리고 여자친구까지.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생각할 일들이 많아질수록 내가 군에 남아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살다가 떠나기로 결심했다. 여기서 내가 남은 20년을 보낼 수 있을까, 이 시골에서 여자친구를 아내로 맞이해 함께 살 수 있을까, 여자친구는 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이, 도시와 고립된 상태로 살 텐데 그게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내가 배웠던 것들을 다시금 되돌아봤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내 의지로 다닌 대학에서 배운 편집자라는 직업이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박봉에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 전문직임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 군에 있으면 안전하게 살 텐데 왜 굳이 밖에 나가려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던 꿈이 흔들렸다. 하지만 오늘 교수님과 했던 통화가 내 마음을 굳게 잡아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봉이고,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이기도 하다. 트렌드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쉽게 흔들리는 편이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무언가를 포기하고 마음을 먹고 와야 한다. 특히 돌아가지 못하는 직업은 더욱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도 빠지지는 않았다. 시장은 어쨌든 호황이고 인터넷 소설 편집자 방향이라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직업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장르소설 작가, 혹은 장르소설 편집자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리고 과거의 그 위치가 지금은 웹소설 계열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나도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웹소설보다 지고의 문학은 순문학이다.' 하는 마음가짐이 말이다. 모든 글에 대한 편협한 시선을 버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갔을텐데 대체 그 마음은 어디에 버렸는지. 하지만 이제는 방향성을 바로 잡았으니 조금 더 노력해보려고 한다.


 나 또한 언젠가 다시 작가의 꿈을 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편집자로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내가 항공정비사에 대해 로망을 가지고 이곳에 왔을 때, 전혀 다른 현실에 낙담했던 것처럼 분명 편집자라는 직업도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로망 가득한 직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이직을 생각하며 가졌던 불안이 조금은 날아가버린, 그리고 그 자리에 기대감이 차오른 첫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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