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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23. 2023

23.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안경

 모든 안경잡이들이 그렇지만 어렸을 때 눈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어느 순간부턴가 나빠진 거다. 갈색 뿔테, 흰색 뿔테, 검은색 철테, 이런저런 안경을 써봤다. 어떤 안경이 어울릴까, 그런 생각은 딱히 해보지 않았던 거 같다. 그냥 써보고 싶은 예쁜 색이 있으면 머리에 덧씌워봤을 뿐.


 이제 맨 눈으로 보는 세상은 내 세상이 아니다. 렌즈 하나를 앞에 두고 그 너머로 보는 세상이 나의 세상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본다. 내가 만약 눈관리를 잘했다면 어땠을까? 괜스레 요즘따라 안경을 벗었을 때 더 세상이 흐려진 것만 같아 이상한 생각을 해본다.


"총 쏠 때 안경 너무 거치적거리지 않냐?"


"한 번 쐈다가 안경 흘러내리면 바로 잡아주고, 그러면 다시 거총해서 자세 틀어지고, 솔직히 불편해 죽겠습니다."


"아, 생각해 보면 지금 저 빼고 다 안경 쓰시는구나."


 최근에 사격을 할 때 나왔던 이야기다. 나도 늘 총을 쏠 때 안경 때문에 고생을 하고는 한다. 방탄모를 최대한 위로 올리고 안경을 콧잔등에 꾹 눌러 최대한 위로 올려도 총을 한두 발 쏘다 보면 저절로 안경이 내려간다. 그러면 다시 안경 위치를 바로 잡고, 자세는 틀어지고, 그 후로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사실 안경의 불편함은 이런 경우를 제외해도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있다. 단지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제 세상의 절반이 안경잡이라고 해도 될 만큼 눈이 나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즉 이런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많은 인원들이 불편함을 이해한다는 의미,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늘 나오는 말이 있다.


"너는 라식이나 라섹 안 할 거야?"


 안 하고 싶다. 눈에 칼을 대는 것이 너무 무섭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같은 이야기보다도 그냥 무섭기에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라식도 라섹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눈이 나빠진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냥 안경을 쓰고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안경을 벗으면 무서운 인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말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최근 눈이 나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안경을 벗으면 예전에는 보였을 법한 것들도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당장 눈앞에 렌즈가 놓여 있지 않으면 세상이 모두 흐리게 보인다고 말해도 될 정도다. 20대부터는 거의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가끔씩 소리가 들리는 왼쪽 귀도 그렇고 눈도 그렇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안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눈이 나빠지는 것은 크리티컬 하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면 책 읽는 것도 힘들어질 테고 나중에 편집자가 되었을 때 글을 쓰거나 교정을 하는 일에도 지장이 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당장 편집자가 아니라 정비사로 일한다고 하더라도 눈이 나빠지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27, 28, 매 년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20대 초반과 같지 않음을 느낀다. 아무렇지 않게 뛰던 3km 구보도 이제는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금방 몸이 늘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30대가 되면 더 달라질까, 40대가 되면 더 달라지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아직 그런 걸 생각하는 나이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지울 수 없다. 오늘 출산율 이야기와 함께 군인 봉급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기사보다 눈이 가는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부사관은 170 받고 일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 병사와 비교하는 이야기, 10년 후에는 300씩 받는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들. 0.78명이라는 최저 수치에 대해 정치, 성별, 사회구조 이야기를 꺼내면서 서로에게 잘못을 씌우는 사람들.


 나는 뭘 믿고 일하는 걸까. 군은 노후가 있는 직장이지만 미래가 있는 직장인 걸까. 오늘도 떠나야 하는 이유를, 떠나지 말까 고민하는 이유를 각각 하나씩 만들고 가슴 깊은 곳에 욱여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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