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야구 이야기를 써도 되나 모르겠다.
솔직히 야구 이야기를 이럴 때 써도 되나 모르겠다. 호주전은 솔직히 졸전이었다. 준비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냥 우리가 이기지!' 하는 안일함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하지만 일본전은 정말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참담함 그 자체였다. 감독의 투수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은 기용부터 한 템포 늦은 투수 교체, 정말로 커뮤니티에서 도는 '감독이 올해 리그 우승을 위해 일부 투수들만 갈아 넣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생각날 정도의 행보였다.
여기서는 경기 이야기를 적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경기 중에 있었던, 그리고 지금 언론에서 집중포화를 하고 있는 강백호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려고 한다. 참고로 나는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kt는 솔직히 관심 없다. 강백호 선수? 맨날 롯데 전이면 홈런 빵빵 쳐대서 솔직히 밉다...... 하지만 이렇게 까일만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 생각을 적는다.
최정의 대타로 나온 강백호는 5 : 4로 팀이 지고 있는 와중 2루타를 쳐낸다. 펜스를 맞고 튕겨 나온 공, 강백호는 이를 놓치지 않고 2루까지 깔끔한 주루를 선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세레머니 도중 뒤꿈치가 베이스에서 살짝 떼어지고, 이를 놓치지 않은 2루수가 태그아웃시켜 본헤드 플레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경기에서 해당 플레이는 분명 뼈아픈 실책이었다. 5 : 4 스코어였기에 추격의 불씨를 붙이는 2루타였고 역전의 발판이라 부를 수도 있는 주자였다. 실제로 이 경기는 이후로 모두가 아는 대로 지지부진하게 끌려가다가 마지막 홈런을 맞고 침몰했다.
이에 대한 기술적인 지적은 분명히 가능하다. 어쨌든 해당 플레이는 본헤드 플레이가 맞았고, 주루 이후 베이스에서 발을 떼는 행위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리그에서 이런 플레이가 나오는 사례는 전 세계를 통틀어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나오는 일이지만 국가대항전에서 이런 실수가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고 봐도 된다. 그렇기에 선수의 안일함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 기사에서 나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온당한 지적인지 묻고 싶다. 해당 상황은 포수 앞 낫아웃 상황이었다. 포수 앞에 떨어지는 파울볼에 대한 낫아웃 상황은 세계에서 어떤 발 빠른 주자가 나와도 아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 강백호 또한 낫아웃 판정이 난 이후로 전력을 다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자들은 오늘도 강백호 악마화에 힘을 쓰고 있다.
낫아웃 상황은 KBO에서도 MLB에서도 NPB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이 상황에서 모든 타자들이 낫아웃을 확신하고 뛰지 않고 대다수의 경우 이렇게 콜이 나오기 전까지 몰랐다가 달리는 도중 아웃당하거나 때로는 낫아웃 상황을 포기하고 그냥 멈춰 서기도 한다. 강백호는 마지막까지 힘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강백호가 악마화되어 모든 경기의 오물을 뒤집어써야 하는가?
사실 이런 경기력을 보이는 데는 타자보다도 투수들의 문제였고, 투수 이전에 감독의 기용 능력의 문제였음에도 말이다. 강백호는 다음 날 한일전에서도 처음 점수가 나기 시작할 때 포문을 열었다. 세계 대회 경험이 없는 선수로서 움츠려들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실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십분 발휘한 것이다.
지난 경기에서 가장 문제시되어야 하는 인물들은 넓게 판독하기로 한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에 비해 좁은 존임을 알고 있음에도 스트라이크조차 넣지 못하는 기량 미달의 투수들과 투수 교체 타이밍, 투수의 성향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감독의 문제 아닌가? 잘 치고 팀의 사기를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는 선수가 어째서 문제아 취급 당해야 하는가?
강백호 껌 사태도 그렇다. 껌을 씹는 장면만 노골적으로 기사화되어서 그렇지 실제로 강백호는 해당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이기면 좋겠다는 듯이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도 잡힌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해당 부분은 기사화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는 자극적인 진 이유가 필요하고, 그런 이유로 보기 좋은 것이 대충 껌 씹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강백호 선수는 올해 리그에서 별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었다. 시즌 초부터 부상으로 인해 시작을 함께 하지 못했고, 중반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한 달 넘는 기간을 빠져 있었다. 시즌의 절반 이상을 부상으로 보냈고, 결과적으로는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커리어 로우 기간을 보냈다. 작년에 그런 시즌을 보냈던 선수가 23년에 세계대회에 나와서 꾸준히 중요한 상황에 안타를 쳐주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 칭찬해 줄 만한 부분이 아닌가?
나는 이런 노골적인 악마화, 기사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해당 기사와 비슷한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 노골적으로 강백호를 욕하는 댓글밖에 없다. 자기 재능만 믿고 사는 선수, 예의 없는 선수, 노력하지 않는 선수...... 프로는 경기로 설명한다. 본헤드 플레이에 대한 지적은 좋지만 어제의 경기는 어제의 경기고 오늘의 경기는 오늘의 경기다.
어쨌든 강백호는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이상의 비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패기로운 신입, 강백호는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응원하고 싶다. 강백호를 포함한 팀 전체를 응원하고 싶다. 그러니 무사히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대호 해설위원의 인터뷰 영상을 올린다. 아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대호 해설위원이 대신해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제 맥주도 준비하고 경기를 봤는데 솔직히 좀 속이 뒤집어졌다. 무엇보다 몇 경기째 안 나오는 투수는 끝까지 안 나오고 원태인, 김원중, 정철원은 몇 경기 연속으로 뛰는 게 말이나 되는가? 정규 리그에서도 이런 식으로 투수를 기용하지는 않는다. 매 경기마다 30구 가까이 던지는 셋업맨들의 팔이 멀쩡하리라 생각하는 감독의 발상이 궁금할 정도다.
앞으로 남은 경기 제구와 구위가 괜찮은 투수를 중심으로 굴리겠다고 했던 감독의 발언, 솔직히 두렵다. 23년 시즌에서 김원중이 멀쩡히 뛸 수 있을까. 시즌 초반부터 구위 떨어져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그리고 어제 그나마 멀쩡한 모습을 보였던 박세웅, 사실 투수의 기본은 초구다. 초구를 어떻게든 스트라이크로 잡아내야 한다. 그래야 후속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박세웅은 단언컨대 리그에서 제일 뛰어난 투수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투수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세웅이 삼자범퇴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투수로서의 기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기. 초구만큼은 힘 있게 승부하기. 이 간단한 공식을 수많은 불펜들이 못했기 때문에 일본전에서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모두가 반성하고 다시 한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