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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Jul 03. 2024

17.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 한경arte

24년 4월, 네이버 기사를 읽다 우연히 저자의 칼럼을 읽었다.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지금의 단행본이 된 원고의 연재 칼럼이었다. 내가 당시 올려놓은 서평을 보면 알겠지만 꾸준히 예술 관련된 도서를 읽고 있었기에 이 칼럼에 관심이 더 갔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많은 것을 배제하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재미있었다. 나는 시슬레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시슬레가 누구인지, 어느 시대의 사람이고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아무것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법한 연재 칼럼이었다. 아마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에 이 칼럼이 단행본이 되고, 단행본이 되자마자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 지금까지도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 후 새삼스레 문화부 기자들의 필력에 감탄한 일은 이 도서를 모두 읽고 나서, 불과 며칠 후의 일이었다. 6월 말에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했고 거기에서 산 나쁜 책 (금서기행)』또한 공교롭게도 문화부 기자의 작품이었고, 연재 칼럼이 단행본화 되었던 것이었다. 사실 문화부라는 위치가 그렇다. 구독자들에게 다소 어렵고 추상적인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내고 알리는 부서이니 당연히 개념을 풀어내고 읽기 편하게 설명한다는 부분에서 특화될 수밖에. 아직 앞에 쌓인 책이 많아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앞부분만 읽어도 기대가 되는 책은 또 오랜만이었다. 아마 위 도서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의 서평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이야기는 돌고 돌아 서울국제도서전까지 흘러왔다. 도서전에서도 똑같이 여러 예술교양서를 찾을 수 있었다. 사회평론에서 가져온 베스트셀러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부터 독립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다양한 미술서적들, 같은 시대, 같은 인물들을 풀어내는 이 많은 책들 사이에서 어떻게 오늘의 도서는 인기를 끌었을까. 이에 대한 질문은 예술교양서를 찾아보기 위해 도서관에 가보면 더 심화된다. 과연 본 도서와 과거 예술교양서 시장에 등장했다가 패퇴했던 수많은 도서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오늘의 서평은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정리다.


예술, 장르를 좁혀서 말하면 미술. 아마 많은 사람들은 장르를 좁혔음에도 오히려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미술이란 그런 예술이다. 시대를 알고 화풍을 알아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종교, 정치에 대한 이야기 또한 배경 지식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인상주의 시대 이전에 코뮌 혁명이 있었고, 그 이전에 신고전주의의 영향이 아직까지도 있었고 당시 원로 화가들 사이 주류 화풍 또한 신고전주의였다는 지루하고 어려운 배경 지식들 말이다. 미술의 난해함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잘 그렸네, 못 그렸네 라는 이분법적인 이야기로는 작품을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주로 저자들)은 이 이야기를 최대한 간략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인상파 몰라? 몰라도 괜찮아! 모네, 마네 알지?"


 이 노력은 비단 미술 계통에만 있는 시도가 아니었다. 모든 예술 계통에서 있던 시도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시도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를 가져왔다. 많은 이들에게 예술은 아직도 어렵고 특히 현대로 올수록 난해해지기에 더욱더 알아차리기 싫은, 극단적인 주장을 이야기하자면 자기들끼리 의미 부여하는 수준의 돈잔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나는 이런 주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도 예술은 어려운 무언가로 남아있다. 접근하기에는 그 방대함이 넓고 깊다. 그렇기에 첫 발을 내딛기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나와 똑같게 느꼈고, 그렇기에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 편안하게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독자들이 편안하게 술술 읽기를 바라면서 썼다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의 인터뷰처럼 본 도서 또한 구어체의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시간축, 시대, 화풍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인문예술서와는 달리 인물의 서사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또한 이 도서의 특징이다. 그러니까 예술서임에도 작품과 화풍은 서사를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이야기의 본질은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읽을 때 막힘이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슬레가 어떤 사람인지, 인상주의 화가들 사이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의 유명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에서는 모두 서사의 부가적인 요소로만 차용된다. 그렇기에 많은 독자들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중간에 삽입된 작품들로, 잠깐씩 엮이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그의 인물적인 서사와 더불어 작품에 대한 서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재 칼럼이었고 시간적 흐름에 따른 배치가 아닌 인물의 서사에 따른 무작위성을 띈 배치 때문에 책을 읽는 도중 잠시 멈춰도 부담감이 없다. 르네상스 화풍에 대한 시대상을 이야기할 때 일주일 쉬었다가 읽으면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이야기에서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멈춰보고 뒤로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다른 도서와는 다르게 말이다. 결국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려면 얼마나 뛰어난 필력을 가져야 할까.


 나는 최근 문화부 기자들의 단행본과 이 단행본을 연재하는 그들의 필력에 감탄하고 있다. 사실 성공하는 인문예술서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요약컨대 쉽고 재미있으며 전후사정을 몰라도 즐겁게 읽을만한, 그러면서도 지적 효용감을 주는 글을 쓰면 된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자면 나는 그렇게 못한다. 과거 항공기 기관 베어링을 어떻게 조립하면 되겠냐는 후배의 질문에 마치 빅맥을 조립하는 것처럼 참깨빵 위에 순살고기 패티 2장, 신선한 소스와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를 얹는 기분으로 조립하라고 했던 나는 말이다... 아는 지식을 모두 말하는 것은 쉽지만 이를 정제해서 필요한 말만 간추리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재미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이 칼럼을 꾸준히 연재했던, 그리고 아직도 연재 중인 그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문화예술을 쉽게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문화부 기자들을 위해서도.


 다소 무난한 서평을 남겨봤다. 6월에 읽은 책은 이걸로 끝이기에 내일은 6월 독서리뷰를, 모레에는 『초예술 토머슨』에 대한 서평을 남겨보려고 한다. 연재 칼럼을 처음 읽었던 당시 눈물을 찔끔,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좋은 글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싶었고, 백수인 나머지 차마 사서 읽지는 못하고 도서관에 오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인문예술서가 이렇게 인기가 좋은지, 아직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이 빌려 읽다 보니 20권 가까이 되는 부천 도서관의 본 도서들을 티켓팅하듯 상호대차 신청했고 결국 이제야 읽게 되었다. 기획 연재가 단행본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릿터 읽기 수업을 하며 들었는데 아마 좋은 예시를 이번 기회에 만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다음 독서모임 날이 다가오고 있다. 소식이 나오지 않아 망한 것은 아니고 2주 텀으로 굴러가는 일정을 한 달 텀으로 늘리고 독서모임 이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제 릿터 수업도 끝났기에 이런 기회가 아니면 많은 사람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을 텐데 이번 모임도 재미있게 진행되면 좋겠다.


 위에서 이야기한 사회평론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는 굉장히 읽기 편하고 좋은 책이었다. 원래는 서울국제도서전 리뷰에서 이야기해도 되었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이 서평에서 이야기를 꺼내면서 같이 풀어내고 싶었기에. 솔직히 나는 위 시리즈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지 까지는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굉장히 많이 팔린 도서고 또 사회평론 인문예술서의 효자 도서라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하긴 그러니까 부스 한 벽면을 통째로 이 책으로 채웠겠지. 나도 모르는 것이 많기에 오늘도 하나 또 배워가는 느낌이다.


1. https://ch.yes24.com/Article/View/30838

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307724i

참고

1.『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예스24 인터뷰

2. 본 도서의 연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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