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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Jan 30. 2023

1. 빙과 - 엘릭시르

첫인상과 판매의 방향성

"저, 신경 쓰여요."

빙과 35p, 지탄다 에루


 잘 팔리는 소설의 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모두가 만족할만한 훌륭한 내용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잘 팔리는 소설의 첫 조건은 소설의 겉표지와 책띠다.



 혹시 책띠를 모으는 행위를 해본 적이 있나? 없다면 해봐도 좋지만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책장 한 부분을 책띠를 스크랩한 클리어파일에게 넘겨줘야 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그랬다. 처음 책띠를 모으게 된 계기가 바로 엘릭시르에서 낸 고전부 시리즈, 그중에서도 1권 빙과 때문이었다. 


 문학동네의 부속 브랜드 엘릭시르는 라이트노벨을 출판하는 브랜드가 아닌 미스터리 소설을 중점적으로 출판하는 브랜드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어찌 보자면 방향성과 맞는 듯, 맞지 않는 듯 애매한 의문을 남기게 한다. 일단 빙과는 일본에서 라이트문예라고 불리는 조금 생소한 명칭으로 정의되고 있다. 고전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청춘과 미스터리 추리를 담은 이 소설은 미스터리 추리라고 하기에는 조금 김 빠지는 전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렇다고 청춘이라고 하기에는 씁쓸한 맛을 품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소설로도 작게 인기를 끌었지만 사실상 2012년에 나온 애니메이션이 그 인기의 선두마차가 되어 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엘릭시르에서는 2013년이 된 후 이 소설을 국내에 가져왔다. 당연히 국내 소식을 들은 팬들은 환호했다. 미스터리, 일상, 라이트노벨과 추리소설 어딘가에 서있는 이 소설을 국내 라이트노벨 전문 출판사에서 가져오려는 움직임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큰 반향을 일으킨 이후 가져온 소설이었기에 모두가 엘릭시르에서 적지 않은 인물들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책표지와 책띠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가져온 책표지와 책띠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었다.

혹시 책표지와 책띠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려 한다면 나는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리저리 모아봤지만 결국 남은 건 고전부와 소시민뿐이었다.

 나는 도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를 가져온다면 분명 일정 수의 팬층은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애니메이션을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분명 우연히 서점을 지나가다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발길을 멈춰 서서 그 책을 사게 되었겠지. 하지만 그런 일러스트는 그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특히 2013년의 경우 국내 라이트노벨 시장이 점점 축소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그 당시의 구매력을 가진 실구매자들은 왜색과 선정성이 짙은 라이트노벨의 일러스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러스트를 그려 새로운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존의 팬층은 맨 처음에 해당 소설을 보고 자신이 알던 애니메이션의 원작 소설이 맞는지, 그런 사실조차 헷갈려하고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이었기에 모두 신경 쓰지 않고 책을 구매했다. 미스터리 소설의 팬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일본의 미스터리작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처음 냈던 작품이라는 타이틀때문에라도 궁금해서 사게 되었다. 그리고 두 부류에 해당되지 않는 평범한 독자들의 경우 감성적인 일러스트, 그리고 서점에서 잠깐 펼쳐서 읽었을 때 느껴지는 청춘 소설의 간질간질함에 책을 사게 되었다.


 나는 책표지와 책띠는 책의 첫인상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첫인상은 첫 문장, 서두가 아니다. 손으로 잡고 싶어 하게 만드는 겉모습이다. 책은 일단 손에 들어야 하는 물건이고 펼쳐야 하는 물건이다. 그런 물건이 옛 고전들처럼 도저히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한 모습이라면 많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책을 고를 수 있을까? 현대인의 시점에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시도는 훌륭하다고 언제나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물론 그다음인 책 내용은 또 별개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크게 다루고 싶지 않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책표지와 책띠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게 된 계기가 이 도서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이사 오면서 책장을 작게 줄였다. 하지만 내 애독서들은 이사를 오면서도 목숨을 걸고 지켜서 가져왔다.
책표지를 벗기면 보이는 책의 모습, 소설을 즐겁게 읽은 독자라면 토끼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릴 것이다.

 사실 책 내용에 대해서 다루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유려한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호황, 좋은 내용과는 별개로 번역에 관련해서 지적이 적지 않았던 책이다. 펑고를 노크로 해석하는 사고가 있거나, 외래어 표기법에 의해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이름으로 바뀌기도 했고, 우리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 조금은 이상하게 해석을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팬들은 아쉬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팬들은 다음 작품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특히 작년 2월에 고전부 시리즈 7권을 현재 집필 중이라는 이야기가 올라왔으니 다음 작품도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엘릭시르의 유려한 새 일러스트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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