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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Feb 06. 2023

2.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 - 황금가지

재미있는 책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아아, 오크 경전이다. 제국어로 고치면 <세상에 필요없는 건 영웅, 현자, 성자.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건 멍청이, 얼간이, 바보> 정도의 의미겠군."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 139p, 이파리 하드투스 보안관


 재미있는 책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기분이 다운되어 있을 때 읽어도 재미있고, 한참 피곤할 때 읽어도 재미있다. 시간이 남을 때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무언가 긴장되는 일이 있을 때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그렇게 독자는 작품에 빠져든다.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 오버 더 시리즈를 포함해서 드래곤 라자 단편, 그 외 SF 단편들이 담겨 있다.


 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처음 접한 책은 여느 아이들처럼 위인전이었지만 처음으로 몰입해서 읽은 책은 해리포터였고, 그 후 내게 글을 쓰고 싶다는 감정을 일깨워 준 책들 또한 판타지 소설들이었다. 정말이지 중학교 때 읽었던 판타지 소설을 나열하면 끝이 없을 정도다. 테메레르,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세월의 돌 등등... 하지만 그중에서 한 시리즈를 추천해야 한다면 나는 여지없이 이영도 작가의 소설을 고를 것이다. 드래곤 라자.


 왜 굳이 동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오버 더 호라이즌 이야기를 할 때 드래곤 라자를 꺼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책을 읽는 계기는 보통 이렇게 만들어진다. 어떤 책을 읽어보고 그 책의 감명을 받고, 그 작가의 같은 작품을 다시 읽어보다가 다른 작품도 찾아본다. 그리고 다른 작품을 읽어보면서 자신이 좋아했던 작품과 해당 작품이 쓰인 시간축을 비교해 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의 작풍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새로운 시도는 없는지 조금 더 깊게 읽어본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이 책을 접했다. 드래곤 라자를 읽고, 퓨처 워커를 읽고, 그림자 자국을 읽었다. 다시 드래곤 라자를 읽었고 그다음에는 눈물을 마시는 새로 넘어갔다. 그리고 피를 마시는 새를 지나 오버 더 호라이즌으로 넘어왔다. 사실 이 책을 중고서점에서 구매할 때 나는 이미 오버 더 호라이즌을 읽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산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럴 가치가 있을 만큼 이 책이 재미있으니까. 언젠가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보여줘도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오버 더 호라이즌은 장편 소설이 아닌 단편에서 보여줄 만한 간결하고 세세한 세계관 형성, 특유의 길게 펼쳐지면서도 웃음 포인트를 잡아주는 문장과 대사, 그리고 작가 나름대로의 전개력이 눈에 돋보이는 작품이다. 긴 호흡이 아니라 짧은 호흡이기에 독자들은 조금 더 몰입을 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되고, 중간중간에 툭툭 던져놓는 복선들을 나중에 하나씩 아무렇지 않게 주워 담을 때 그 실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2001년도판, 보통 사람들이 기억하는 책은 2004년도 판이다. 이 책은 처음 나온 오버 더 시리즈 작품.


 사실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내가 더 서평을 할만한 요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많은 독자들이 수없이 읽은 시리즈기도 하고 개정판을 낼 때마다 인기를 끄는 황금가지의 효자 상품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책의 외부는 2000년도 전후로 나오는 판타지 소설스럽다. 지금 나오는 유려한 일러스트의 소설들에 비하면 투박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정말 낡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팬들은 그렇기에 이 작품을 기억한다. 오버 더 호라이즌 2001년판이라고 말하면 "그 흰 바탕에 보라색 제목 책?"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말이다. 책의 내부도 크게 짚을만한 사항은 없다. 디테일이라고 말한다면 제목, 페이지번호 폰트를 바꾼 정도. 그런데 제목과 페이지번호의 폰트가 또 책 분위기와 걸맞는다.


요즘에는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 폰트는 칭찬하고 싶다. 예쁘다.


 책에는 오버 더 호라이즌, 오버 더 네뷸러, 골렘, 키메라, 전사의 후예, 아름다운 전통 총 6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여기에서 전사의 후예, 아름다운 전통의 경우 이영도 SF 단편에 속하는 작품들인데 '이영도 판타지 중단편집'이라는 2004년도 개정판에서는 해당 작품들이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2020년 '별뜨기에 관하여'라는 이영도 SF 단편집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책에서 밖에 읽을 수 없는 단편이기도 했다. 내용 자체는 길지 않다. 오히려 다른 4편의 분량에 비하면 정말 이게 다인가? 싶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그런 짧은 내용에서도 작가의 작풍은 곳곳에서 보인다. 실로 이영도작가다운 단편들이다.


 길게 이야기를 썼지만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드래곤 라자였다. 하지만 그건 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오버 더 호라이즌도 즐겁게 읽었고 추천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중학생시절에 읽어도 재밌었고, 고등학생시절에 읽어도 재밌었고, 20대 초반에 읽었을 때도, 그리고 20대 중반을 지나 후반에 걸친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봤다면 20p도 다 안 읽었지만 벌써 큭큭거리는 자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래서 이 책을 중고서점에서 찾아서 사야 하나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나는 이 책에 불만이 있다. 바로 오버 더 시리즈의 1편, 2편 격인 오버 더 호라이즌, 오버 더 네뷸러만 실려있다는 점 때문이다.


 오버 더 시리즈의 경우 호라이즌, 네뷸러, 미스트, 초이스로 총 4개의 작품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미스트는 2004년에 처음 책으로 출판되었다. 즉 이 책이 아닌 다음 개정판에서야 책에 실렸다. 그 말은 곧 이 책을 사봤자 2018년도에 발간된 오버 더 초이스를 읽기 전 3편인 미스트를 읽기 위해서는 2004년도 중단편집을 사거나 2018년도에 같이 발간된 오버 더 호라이즌을 다시 구매해야 한다.


 참고로 나는 다시 구매했다...... 사실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은 23년을 기준으로 다른 책에 전부 실려있는 작품들이다. 오버 더 호라이즌 18년도 개정판에, 별뜨기에 관하여 20년도 단편집에, 한 권에서는 모두 보지 못하지만 각각 나눠져서 보기 좋게 실려있다. 그러니 이 책은 추억으로만 남기고 만약 작품을 다시 보고 싶다면 신개정판을 사는 것은 어떨까? 오버 더 시리즈는 2001년도 작품이지만 지금이 되어서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장난이 가미된, 요즘에는 보기 힘든 작풍의 소설이기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또 읽다 보면 작가의 세계관에 몰두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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