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01.
내 삶에는 여러 번의 죽음이 새겨져 있다.
몇 번의 말을 섞어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내 살점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생명을 다하는 것을 느꼈다.
한 지붕아래서 동고동락하던 친구의 죽음은
그나마 정서적 허기를 달래주었던 무언가를
한 순간에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어 무척이나
비참했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이후, 정확히
삼 년 뒤에 할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로만 알았던 존재들이
갑작스러운 이별을 고한다는 사실에 나로서는
도무지 정신을 부여잡고 있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눈앞의 기회를 손에 잡히는 대로 펼쳐보면서
한참을 방황하던 당시의 내가 무척이나 씁쓸했었다.
내가 나로 아닌 순간을 버텨낸 다는 것은,
내 안의 무언가를 스스로 옥죄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더라.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죽음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 어떤 의미로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퍽이나 두려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한 때는 사뭇 진지하게 내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았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생명을 지닌 존재라면
본능적인 생존의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생존의 정의란,
오롯이 나로서 기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라는 미약한 존재가
삶의 유한함을 깨닫고 난 이후부터 내린 결론이다.
이때부턴 죽음과 삶의 경계가 굉장히 희미해졌다.
타인의 시계로 돌아가는 세상이 한순간의
죽음이었다면 나의 중심으로 바라보는
오늘에는 유한한 삶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모든 존재의 실상은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언제나 그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육신과 영혼의
죽음을 경험했었던 나는
오늘도 여전히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갈망하고 있다.
내가 나로서 여전히
존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주 작은 흔적이나마 기록하고,
또 추억하는 중이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유한의 삶을 글자에 눌러 담아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 것이고,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