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취미

상처 10.

by 진민경

나의 부모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큼 훌륭한 삶을 살았던 분인가 떠올려 본다면, 나는 단연코 그럴 일은 없노라 말하며 딴청을 피우기 바빴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신기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클래식 연주자의 이름을 들먹거리며 음악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기에 여념이 없던 사람이 바로 나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한 번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들으러 아버지와 함께 거리를 나선 적이 있다. 당시로서는 클래식 음악 감상의 고상한 취미도 없었거니와, 기껏해야 천방지축 하니의 주제가를 따라 부르는 게 고작이었기에 세상 지겹게 느껴지는 것이 클래식 음악 연주회였다. 아니나 다를까, 장황한 연주가 끝나는 내도록 머리를 조아리기에 바빴던 기억이 난다. 잠시 후 사람들의 우렁찬 박수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 곁눈질로 아버지를 슬쩍 쳐다보았다. 말 그대로 벅찬 감동에 어쩔 줄 몰라하며 무대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모습이란, 당시의 나로서는 이상하리만치 낯설기가 이루 말할 틈이 없었다.


그때로부터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아버지의 그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지금 생각해 봐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아버지로서 존재하기 이전에 시골에서 올라와 억척같은 삶을 버텨낸 한 명의 사람이었을 뿐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역설적이게도 아버지의 취미라는 것이 무척이나 어색했었던 나는, 보통의 사람 이상으로 음악을 즐겨 듣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장르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들으며 숨어 있는 이야기를 어렵게 찾아보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된 것이다. 그토록 미워했고, 또 밀어내려 했던 아버지의 발자취를 나도 모르는 새 따라가게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이제는 새삼 놀랍지도 않다.


확실한 건, 나는 당신의 아들이 틀림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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