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01.
내가 사는 동네에는 그렇게 멀지 않은 위치에 누구나 다 알법한 대형 백화점이 있다. 특별한 나들이 장소가 딱히 없는 곳이다 보니, 언제나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발 디딜 틈이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곳이다. 백화점이기도 한 반면에 이곳이 동네 사랑방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이지 않을까 나름의 심심한 추측을 해 볼 뿐이다. 어느 백화점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이곳 지하 1층에도 다양한 푸드코트가 존재하는데, 그나마 내 입맛에 썩 나쁘지 않았던 회전 초밥집을 가끔씩 혼자서 찾아가는 편이다. 남자 혼자 식사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가게가 생각보다 주변에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가끔은 나를 위해 호사스러운 식사를 하고 싶어질 때가 되면 으레 생각나는 곳이 백화점 지하 1층의 회전 초밥집인 것이다.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름진 참치 뱃살의 초밥 두 피스가 저 멀리 아른거리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아침 끼니는 가볍게 건너뛰고 아침 겸 점심을 해치울 요량으로 백화점 건물에 차를 주차하였다. 이때 조금 놀라고 만 것은, 시계가 분명히 오후 1시를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식당에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조금은 당혹스러운 마음을 애써 달래며 주변의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한 동안 나를 위해 쇼핑 같은 것을 하지 않았던 만큼 보는 것마다 괜스레 눈이 가고 물건을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게 되더라. 결국엔 예상치 않았던 늦은 겨울의 세일 상품을 하나 구입한 다음, 그제야 식당에 자리가 생긴 것을 확인하고 혼자만의 늦은 식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이왕 호사를 부리기로 했으면 마지막까지 여유를 즐기다 가고 싶어 적당한 자리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였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버릇이 생겨났는데, 짧은 한 모금만으로 오래도록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커피의 진한 내음이 개인적으로 매우 흡족스러운 경험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겨우 알게 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백화점 건물 지하 어딘가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경은 생각보다 매우 부산스럽기에 짝이 없었다. 오늘은 분명 평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백화점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왔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 나름의 큰 용기를 내어서 찾아왔던 나의 처지가 무색해질 만큼, 사람들은 제각기 서로의 소비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존감의 고개를 한 껏 치켜든 채 서로의 체면을 평가하기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 그런 표정들에서, 호사스러운 초밥 몇 접시에 큰 용기를 내야만 했던 나의 처지가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비춰 보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여유로움의 정도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틈 사이에 비집고 앉아, 몇 모금씩 홀짝 거리는 한 잔의 에스프레소가 오늘따라 그 뒷맛이 유난히도 씁쓸하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