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공감 06.

by 진민경

나는 평소에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감을 느낄 때가 있다. 혼자서 길을 걷다 갑작스레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착각을 하는 순간이 그렇다. 예를 들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틈새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경우가 특히 그러한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터득한 나만의 방법은 대략 이렇다. 우선은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 깊숙이 양손을 찔러 넣은 다음 바닥만 쳐다보며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착각에 더욱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나는 그저 그렇게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한없이 미워질 때가 있다.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빗대어 스스로가 자꾸만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유독 그랬다. 따지고 보면 상대방이 크게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화의 매 순간마다 본인의 말이 맞지 않느냐는 전제를 붙이게 되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기억이 떠오르고는 한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었더라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이 마저도 지금에서야 큰 의미가 없어진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하루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는 말 그대로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한 시점일 텐데,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나태함으로 단정 짓고 싶지는 않은 것이 솔직하게 느끼고 있는 나의 심정이다. 그리고 쉬고 싶다는 생각은 비단 체력의 문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버린 경우가 대부분 그러한데, 어쩌면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 가족, 건강, 미래와 같은 대다수 사람들이 떠올릴법한 문제들이 특히 그렇다. 답이 없는 문제들로 고민을 하는 습관은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의 반복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리고 이럴 땐 잠시나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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