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쓸모

감정 07.

by 진민경

1.

스스로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아 부러진 앞이빨을 심어 넣은 뒤라던지,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의 죽음을 한참을 지나서야 한 장의 통지서로 알게 되었을 때가 그랬다. 아마도 진심을 다해 죽고 싶다 생각했던 순간들이 이때 즈음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2.

혼자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반복되자 무기력도 조금씩 학습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의 나로서는 사람의 쓸모란 무엇으로 정해지는가에 대해서 뚜렷한 정의를 내릴 수가 없는 상태였다. 아버지는 당신의 아들에게 태생적인 게으름을 나무라셨고, 사람들은 나를 보며 어딘가 반쯤 정신이 나간 녀석 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말았더랬다. 그래, 나 까짓게 뭐라고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겠느냐마는... 다시 만날 그날이 되면 잊지 않고 물어볼 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내야만 했던 이유가 나에게도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해서.


3.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욕구는 나의 쓸모를 대변해 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수많은 용기와 머뭇거림을 반복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조금만 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면, 노력할수록 나의 존재가 흐릿해져만 가던 그 기분을 몇 개의 글자들로 전부 설명해 낼 자신은 없다. 거짓된 모습을 진실로 믿고야 마는 리플리 증후군의 이야기처럼, 나의 쓸모는 언제나 외부의 세계에서만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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