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horism 1
사람은 반드시 현명한 스승을 구해 그를 섬기고 좋은 친구를 골라서 그를 친구삼아야 한다. 현명한 스승을 찾아서 그를 섬기면 곧 그가 듣는 것이 요, 순, 우, 탕 같은 성인의 도가 될 것이다. 좋은 친구를 구해 그를 벗하면 곧 그가 보는 것이 충실하고 신의가 있고 공경스럽고 사양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
- 『순자』-
나이를 먹을수록 가깝게 지내는 친구의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얼굴을 알고 이름을 기억하는 지인의 수는 많아졌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없는 대화를 털어놓을 수 있는 절친의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때로는 안타깝고 심지어는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친구들과 인연을 끊었고, 그 당시에는 후회하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친구들과 인연을 끊었던 기준은 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재미없어져서도 아니었고, 그들에게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어서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친구들을 끊어냈던 기준은 바로 '인격'이었습니다.
'인격'이라는 말을 '인성', '성품'이라고 바꿔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젊은 나이에 보통 즐거움을 기준으로 친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인격'을 기준으로 친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래부터 도덕성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고, 그렇게 친구를 사귀지 않으면 인격이 나쁜 친구에게 제가 물들 수도 있다는 두려움, 내가 무례한 친구들로부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올바른 품성을 지닌 친구를 사귀라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알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기준은 진정한 우정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격이라는 기준을 따라서 의리와 자신감이 있고 친구들을 잘 챙기는 성품을 지닌 친구, 자기 관리와 발전에 열정적인 성품을 지닌 친구, 매너가 좋고 예의가 바른 성품을 지닌 친구에게는 쑥스러움이 많았던 제가 먼저 다가가서 깊은 친구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인격을 기준으로 친구들을 가려서 사귀었지만, 그 친구들과도 친구 관계를 끊어낸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어릴 때 판단 능력이 부족해서 그 친구들의 인격을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고, 친구들이 환경이나 경험의 영향을 받아 인격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로부터 2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고 제 판단 능력을 신뢰하는 편이지만 제 판단에 얼마든지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우리가 보통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성인이 되면 변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만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는 얼마든지 쉽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성품을 기준으로 친구를 선택하지 않고 즐거움을 위해 친구를 선택하는 경우, 자기 이익을 위해 친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제가 즐거움이나 자기 이익을 기준으로 친구를 사귀지 않고 나름 고귀한 기준인 인격이라는 기준으로 친구를 사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느새 나쁜 인간관계가 되어 있는 경우가 꽤 많이 발생했습니다. 나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에는 쉽게 이런 나쁜 인간관계를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의 추억이 많아서 오래된 추억들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고, 제가 친구들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억지로 나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만났을 때 취업, 재테크, 독서 등 생산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어떤 친구들은 계속 유흥, 성적인 대화 주제로만 이야기를 했고 그것이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꾹 참았습니다. 이 친구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즐거움을 위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저를 친구로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일과 관련이 없는 저에게 전화하여 항상 1시간이 넘도록(길면 3시간 정도까지) 자기 감정을 털어놓아서 저를 감정 쓰레받기로 만들어놓고 저의 힘든 이야기는 피곤해서 못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꾹 참았습니다. 이 친구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자기 이익을 위해 감정을 잘 받아주는 저를 친구로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이 몇 년씩 반복되니 어느 순간 제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추억에 젖어서, 마음이 약해져서 저에게 더 큰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전에 저는 사귄 기간이 긴 친구가 사귄 기간이 짧은 친구보다 항상 더 소중한 인간관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석가모니는 모든 존재와 현상이 변화하는 일시적인 것이니 그런 것에 집착하면 고통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친구로 지낸 기간에 집착하였고, 이러한 집착은 그 친구들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석가모니에 따르면 인간관계 또한 항상 변화하는 일시적인 것이니 오래된 인간관계가 사라지고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길 수 있는 것인데, 저는 추억과 친구로 지낸 기간에 사로잡혀 그것에 집착하고 고통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쁜 인간관계를 끊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성적인 농담을 즐겨하고 유흥에만 관심이 있었던 친구들도 끊어내고, 친구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으면서 자기의 힘든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친구들도 끊어냈습니다. 제가 인간관계를 끊어내는 기준은 '인격'이었습니다. 내가 이 친구들의 인격을 잘못 판단했을 수도, 내가 못 본 사이에 친구들의 인격이 변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의 정신 건강이었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제 자신을 먼저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한 사람의 인격은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인격을 갈고닦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들의 감정과 정서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마음이 약해서, 추억에 젖어서,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귀찮아서, 인간관계는 넓을수록 좋다는 이상한 고정관념 때문에 나쁜 인간관계 혹은 불편한 인간관계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유지하고 더 끈끈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이러한 행동만큼 자기 자신에게 죄를 짓는 행동이 없습니다. 현대인이 자신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선택한 요소는 돈도 아니고 건강도 아니고 인간관계입니다. 인간관계만 잘 정리해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정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자기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스스로의 인격을 도야하고 다른 사람의 인격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위에서 오래된 인간관계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했지만, 잠시 스쳐가는 인간관계에도 크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쳐가는 인간관계까지 모두 신경 쓸 에너지가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자기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자기를 착취하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의미 없는 인간관계, 나쁜 인간관계에 집착하여 자기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가 좁다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창피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유명한 철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은 나이가 먹고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한 친구가 2명~3명 정도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1. 친구를 사귀는 기준은 '인격'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나의 정신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다.
2. 나도 내 인격을 스스로 갈고닦아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한다.
내 인격이 아름다워야 나의 주변도 인격이 좋은 사람들로 채워진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인간관계가 있다면 집착하지 말고 끊어야 한다.
좋은 사람은 많으니 나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