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인간이 죽어도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는가?

aporia // 플라톤

by cusp

현재 고등학교 수능 과목인 생활과윤리 교육과정에서는 플라톤의 죽음관 부분에서 플라톤이 인간의 영혼은 인간이 죽어도 없어지지 않고 불멸하는 것으로 본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과서나 평가원 기출 문항에서도 플라톤이 인간의 영혼은 인간이 죽어도 없어지지 않고 불멸하는 것으로 본다고 간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부분적으로 오류가 있으므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천재교육 출판사의 생활과윤리 교과서에 있는 플라톤의 죽음관 부분의 서술을 살펴보겠습니다.


플라톤은 죽음을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영혼은 불멸한 것으로 출생 이전에는 이데아의 세계에 속해 있었으나 태어나서 육체에 갇혀 있다가 죽음으로서 육체에서 자유롭게 된다고 보았다.
- 생활과윤리 교과서(천재교육) -


천재교육 교과서에서는 플라톤이 인간의 영혼은 인간이 죽어도 없어지지 않고 불멸하는 것으로 본다고 서술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수능 공부를 하는 모범답안이자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평가원 기출에는 이 내용이 어떻게 나와 있는지 특정 선지를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플라톤: 죽음의 순간에 육체의 소멸과 함께 영혼도 소멸한다. (틀린 선지로 출제됨)
-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생활과윤리) -


이 선지는 아마 평가원에서 플라톤이 인간이 죽을 때 육체는 소멸하지만 영혼은 소멸하지 않고 불멸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틀린 선지로 출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ebs의 해설 또한 "플라톤은 영혼이 불멸한다고 본다."라고만 서술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강 강사도 이 선지에 대해서 "플라톤은 인간이 죽을 때 육체는 소멸해도 영혼은 소멸하지 않고 불멸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 선지는 틀리다."라고 해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2가지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평가원 선지에 직접적으로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데, 평가원의 출제 의도를 짐작해보았을 때 오류가 있어 보이며, ebs나 인강 강사들의 해설은 명확하게 오류가 있습니다).


1) 플라톤은 죽음의 순간에 육체가 소멸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플라톤이 죽음으로 '인해' 육체가 소멸한다고 주장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플라톤은 죽음의 '순간'에 육체가 소멸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순간'은 사전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난 바로 그때. 또는 두 사건이나 행동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를 의미하며, 일상적으로도 어떤 특정 사건이 발생한 그 시점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플라톤은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때, 죽음과 동시에 육체가 소멸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실은 자네도 알고 있네. 사람이 죽으면, 그의 볼 수 있는(가시적인) 부분, 곧 몸은 역시 볼 수 있는 세상에 누워있게 되는데, 바로 이걸 우리는 시체라고 일컫거니와 이것에는 해체되고 부스러져 흩날리게 되는 것이 합당한데, 이런 사태들 가운데 어느 것도 곧바로 겪게 되지는 않고,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그대로 있네. 누군가가 몸을 좋은 상태로라도 유지하다가 역시 그런 때에 죽게 될 때는, 아주 오래도록 그대로 있지. 왜냐하면 몸이 오그라들고, 마치 이집트에서 미라로 만들어지듯, 방부 처리가 되었을 경우에는, 거의 온전하게 엄청난 기간 동안 그대로 있기 때문일세. 비록 몸이 썩더라도, 그것의 몇몇 부분은, 즉 뼈와 힘줄 그리고 이와 같은 모든 것은, 흔히 말하듯, 여전히 사멸하지 않는 것들이지.
- 플라톤, 『파이돈』 -


위 내용을 보면 플라톤은 시체가 일정한 부패 과정을 겪어서 해체되고 부스러져 흩날리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즉, 죽음의 순간에 육체가 바로 소멸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소요되는 부패 과정을 겪으면서 소멸하고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고려할 때, 플라톤이 죽음의 순간에 육체가 소멸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는 것은 오류입니다.


2) 플라톤은 인간의 죽음으로 인해 영혼 전체가 불멸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생활과윤리 강의나 문제집에는 플라톤이 인간의 죽음으로 인해 육체는 소멸해도 영혼은 소멸하지 않고 불멸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플라톤 저작의 방대함을 고려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플라톤의 죽음관에 대한 내용은 플라톤 저작 중에서 주로 <파이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파이돈>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들이 죽음으로 인해 인간의 육체는 소멸하지만 영혼은 소멸하지 않고 불멸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순수하게 인식하려면 육체에서 벗어나야 하며 오직 영혼만을 사용하여 사물 그 자체를 보아야 한다. 죽었을 때라야 우리는 간절히 바라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중략) 인간은 사라질 육체에 갇혀 지내는 동안은 이데아에 관한 앎, 즉 참된 지혜를 얻기 어렵다. 인간은 순수한 영혼의 상태에 있을 때 참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영혼을 정화하는 일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더 이상 정화될 필요 없이 순수한 영혼을 가질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 플라톤, 『파이돈』 -


하지만 플라톤이 쓴 저작이 <파이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플라톤의 저작인 대화편은 그 양이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전기, 중기, 후기 대화편으로 나누는 분류가 일반적입니다. <파이돈>은 대체로 학자들에 의해 중기 저작으로 분류됩니다. 플라톤의 대화편 중에서 죽음과 영혼의 관계에 대해서 다룬 눈에 띄는 저작이 <파이돈> 말고 하나가 더 있는데, 그 저작은 플라톤의 대화편 중 후기 저작으로 분류되는 <티마이오스>입니다. <티마이오스>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플라톤과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린 유명한 그림인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 플라톤이 들고 있는 책이 바로 <티마이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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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영혼의 관계에 대해서 <티마이오스>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혼의 불사하는 원리를 넘겨받아서는, 다음으로 신을 모방해서 이것을 사멸하는 물질로 빙 두르게 하였으며, 또한 이것을 위한 운반 수단으로 몸 전체를 주고서는 이 몸 속에 또 다른 종류의 혼을, 즉 사멸하는 종류의 것을 추가로 거주하게 하였으니, 이것은 그 자신 속에 무겁고 불가피한 감정들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첫째로는, 나쁜 것의 가장 강력한 미끼인 쾌락, 다음으로는 좋은 것들을 멀리하는 고통들, 더 나아가 한 쌍의 어리석은 조언자인 만용과 두려움, 달래기 힘든 격정 그리고 자칫 오도하기 쉬운 희망이 그것들이죠. 그들은 이것들을 비이성적인 감각적 지각 및 무엇에나 달려드는 욕망과 혼합함으로써 사멸하는 부류의 것을 필연에 따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혼의 신적인 부분을 더럽힐까 두려워해서, 전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한, 그들은 혼의 사멸하는 부분을 그것과 떨어져 몸의 다른 처소에 자리잡게 했는데, 이는 머리와 가슴 사이에 좁은 통로와 경계로 분리벽을 만듦으로써, 즉 둘이 따로 떨어져 있도록, 이들 사이에 목을 자리잡게 함으로써 했습니다. 따라서 가슴과 이른바 몸통 속에 사멸하는 부류의 혼을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의 한 부분은 본성상 더 훌륭한 것으로 태어났으되, 다른 한 부분은 한결 못한 것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이를테면 우리가 여자들과 남자들의 거처를 따로 구분해 놓듯이, 몸통의 강에 또다시 분리벽을 만들었습니다. 횡격막을 칸막이로 그것들의 중간에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용기와 격정에 관여하는 혼의 부분, 즉 이기기를 좋아하는 부분을 그들은 머리에 좀더 가깝게 횡격막과 목 사이에 자리잡게 했는데, 이는 그것이 이성에 순종하는 것으로서, 이성과 공동으로 욕망들의 부류를 강제로 제압하도록 하기 위해서죠.
- 플라톤, 『티마이오스』 -


죽음과 영혼의 관계를 설명하는 <티마이오스>의 이러한 구절 속에서 우리는 2가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① 영혼에는 불멸하는 부류의 것과 사멸하는 부류의 것이 있다.

② 영혼에서 불멸하는 부류의 것은 혼의 신적인 부분, 즉 이성혼이고 사멸하는 부류의 것은 기개혼과 욕구혼이다.


플라톤은 다른 저작인 <국가>에서도 인간의 영혼을 이성, 기개, 욕구의 세 부분으로 분류합니다. <티마이오스>에서도 역시 인간의 영혼을 세 부분으로 분류하고, 추가적으로 어떤 부분이 불멸하는 부류의 것이고 어떤 부분이 사멸하는 부류의 것인지, 각 영혼의 부분은 우리의 신체의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티마이오스>에 있는 플라톤의 서술을 고려하면, 인간의 죽음으로 인해 육체는 소멸해도 영혼은 불멸한다는 서술에 부분적으로 오류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영혼이 불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티마이오스>에서 영혼에는 불멸하는 부류의 것과 사멸하는 부류의 것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모순을 범한 것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파이돈>에서 플라톤이 죽음이 발생해도 인간의 영혼은 불멸한다고 주장했을 때의 그 영혼은 구체적으로 이성혼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지속적으로 영혼의 기능을 '순수한 진리 인식'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영혼의 여러 부분 중 이성혼에 집중해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플라톤이 죽음으로 인해 인간의 영혼이 무조건 불멸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고등학교 생활과윤리 교육과정에서 플라톤의 죽음관 부분은 <파이돈>을 근거로 출제되고 있긴 하지만, 엄연히 평가원 모의고사나 수능에서는 어떤 책의 입장을 물어보지 않고 어떤 사상가의 입장을 물어보는 문항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의 이 선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교과서의 서술이나, 이 선지에 대한 ebs의 해설은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플라톤이 죽음으로 인해 인간의 영혼 전체가 불멸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해설서나 서적의 내용들도 소개하겠습니다.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의 영혼은 사유와 의지, 욕망으로 삼분된다. 사유는 머리에, 감정은 가슴에, 그리고 욕망은 하체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사유, 즉 이성만이 불멸의 구성 요소이며, 이것이 육체로 깃들면서 다른 요소들과 결합된다.
-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 <세계 철학사> -


이성적 부분은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는 것이며, 영혼 가운데 최상의 요소 또는 형상성으로서 불멸이며 신적(神的)인 것과 유사하다. 다른 두 형상성, 즉 기개의 부분과 욕구의 부분은 사멸할 수 있다. (중략) 플라톤은 영혼은 불멸이라고 선언했으며, <티마이오스>는 오직 영혼의 이성적인 부분만이 이 특권을 누린다고 분명하게 가르친다.
- 프레드릭 코플스턴, <그리스 로마 철학사> -


평가원 기출에서는 직접적으로 플라톤의 죽음관을 영혼 불멸이라고 출제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모의고사에서는 플라톤의 죽음관을 영혼 불멸이라고 직접적으로 출제한 적이 꽤 있습니다.


2022년 7월 모의고사 : 인간의 영혼과 육체는 죽음과 동시에 완전히 소멸된다.(틀린 선지로 출제됨)

2019년 7월 모의고사 : 죽음은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 참된 진리를 얻는 계기이다.(맞는 선지로 출제됨)


위 선지들은 선지에서 가리키는 영혼이 이성혼인지 기개혼인지 욕구혼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정답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애매해지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오류에 해당하는 선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교과서에서든 평가원 출제 문항에서든 플라톤의 죽음관에서 죽음과 영혼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출제한다면, 문장이나 선지에서 가리키는 영혼이 이성혼인지, 기개혼인지, 욕구혼인지에 대해서 명시해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비록 그러한 분류가 플라톤의 죽음관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플라톤의 저작인 <파이돈>에 없다고 해도, 플라톤은 후기 저작인 <티마이오스>에서 불멸하는 부류의 영혼과 사멸하는 부류의 영혼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과서나 교육과정에서 플라톤의 죽음관을 이해하기 위해 <파이돈>만 알면 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고, 평가원 출제 문항은 어떤 책의 입장을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상가의 입장을 묻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영혼이 세 개의 영혼 중 어떤 부분을 가리키는지 명시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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