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aphorism 4

by cusp

현대인은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수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정보들 중에는 유용한 정보,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인 정보들도 많지만 유용하지 않고 가십거리에 불과한 정보, 루머에 가까운 거짓 정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황당무계한 거짓 정보를 접했고, 그 거짓 정보가 나의 개인 정보 혹은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라면 어떨까요? 기분이 매우 불쾌하고 이 거짓 정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할 것입니다. 내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나에 대해서 진실된 정보만을 전달하려고 노력해도 듣는 사람에 따라서 이를 잘못 이해하거나 곡해할 수 있고(혹은 일부러 곡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나는 어느새 잘못 이해하거나 곡해한 사람들의 정보대로 사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천 명, 수만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대략적인 정보를 파악해야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위 '자기소개'라는 것을 하는 것이 전통적인 관례입니다. 자기소개에서는 보통 거주지, 나이, 직업 등의 요소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자기소개에서 상대방에게 알려줄 수 있는 개인정보 혹은 사생활은 거기까지입니다. 그 이상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마세요. 그 이상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은 서로 충분한 대화를 나눈 이후에 상대방이 믿을 만하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그 상대방과 친밀감을 쌓고 더 깊은 대화를 하기 위해 천천히 하나씩 꺼내도 늦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착각하고 실수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믿을 만하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외적으로 보여주는 수용적이고 친절한 모습에 속아 그에게 외적으로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섣불리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내가 부정적인 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혼자 마음 속으로 갖고 있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끙끙 앓는 날이 지속되어서 누군가에게 이를 털어놓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때 타인에게 쉽게 그 사생활을 털어놓고 이야기합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사생활이지만, 상대방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서 내 마음 속의 가장 고통스러운 사생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인간이 사회생활 중에 하는 가장 흔한 실수 중의 하나입니다. 상대방이 정말로 인격적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그 이야기를 외부로 누설하지 않겠지만, 그러한 인격자는 세상에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험담을 뒤에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의 꼬투리를 잡고 싶어합니다. 어느새 그 부정적인 사생활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을 대표하는 스토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너무 고통스럽더라도 혼자 극복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하여 여기저기에 나의 이야기를 흘리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나의 개인 정보나 사생활을 터놓고 이야기해야 할 상대는 앞으로 우리의 배우자가 될 사람밖에 없습니다. 배우자가 될 사람과는 앞으로 오랜 기간을 함께 서로에게 적응해가면서 살아야 하는 상대이니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큰 빚이 있다는 것을 배우자에게 숨기고 결혼한 사람, 이전에 결혼했던 사실을 배우자에게 숨기고 결혼한 사람 등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 배우자가 아니라면 나의 개인 정보와 사생활을 인위적으로 노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래부터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미지로 보여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자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노출해서 의도된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명확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원하는 자기 이미지를 정해 놓고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은 하루에 3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을 업무, 운동, 독서에 활용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알고 보니 그 사람은 평소에 게으르고 나태하며 타인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다가 가끔 하루를 열심히 활동한 다음에 그 하루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여 열심히 사는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한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봉사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본인이 거느린 직원들에게는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업무적으로 착취하면서, 직원들이 열심히 착취당한 덕분에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과 돈으로 연탄 봉사도 나가고 여러 기부 단체에 기부도 하면서 봉사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원하는 자기 이미지를 정해놓고 그 이미지에 맞는 행동을 외부에 노출하기 때문에, 그 행동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니라 가식적이고 거짓된 행동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원래부터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함부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피해야 합니다. 이들은 자기 이미지 형성을 위해 우리를 포함한 여러 타인들을 거리낌 없이 이용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이용당하는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고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원만한 인간 관계 형성을 위해서 은밀하고 민감한 개인 정보나 사생활 외에도 다음과 같은 사항을 드러낼 필요가 없습니다. 첫째는 재력입니다. 돈이 많은 것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타인에게 과시하고 드러내면 타인은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그 재력으로 친구들의 생계를 챙겨 줄 생각이 아니라면 재력을 과시하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는 종교입니다. 종교는 이성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입니다. 따라서 이성적인 대화로 서로 맞춰가거나 합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 역사에 수많은 종교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신에 의한 구원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수많은 살육 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기가 믿는 종교를 드러내고 그 종교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주제에는 관용적인 사람도 종교를 주제로 해서는 관용적이지 않고 매우 외골수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왜곡된 정치성향입니다. 원래 시민들끼리 정치적 문제나 현안에 대해서 일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형성된 의견들이 여론이 되어 국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주의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정치를 마치 종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정치인을 마치 신처럼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성향에 대해서, 그리고 정치적 문제나 현안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는 있는데, 상대방이 왜곡된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판단되면 그 이야기 주제를 재빨리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어차피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외모입니다. 내 외모가 잘났음을 드러내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없는 행위입니다. 우선, 외모는 내가 노력해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성형수술의 방법을 제외한다면 내가 가진 외모는 부모님에게서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닌 요소를 자랑하기 위해서 드러내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그리고, 외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변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피부과에 가서 수많은 시술과 치료를 받으면서 유지하려고 해도, 그 순간뿐이지 외모의 퇴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기 외모의 아름다움을 과하게 드러냈던 사람들은 외모의 노화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이죠. 자기가 노력해서 얻은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면 어차피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함께 퇴화를 겪는데, 그러한 요소인 외모를 계속 과하게 드러내고 내 외모가 다른 사람들의 외모보다 뛰어나다고 보여주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다른 사람들의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많이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인성이 좋은 사람은 보통 자기의 인성이 좋다고 남들에게 이야기하거나 과시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인성이 좋은 사람은 스스로 과시하지 않아도 그의 말과 행동에서 인성이 좋은 사람임을 다른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재력과 외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력과 외모가 우월하다는 것은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그 사람의 다른 측면을 통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굳이 스스로 재력과 외모가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함부로 드러내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저 사람은 혹시 불법적인 방법으로 떼돈을 번 것 아닐까?", "저 사람은 원래 외모가 형편없었는데 성형수술로 여기저기 뜯어 고친 것 아닐까?"와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들 뿐입니다. 보통 졸부들이 재산 과시에 더 집착하는 편이니까요. 인성이든 재력이든 외모든 현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행복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함부로 드러내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의 은밀하고 민감한 부분, 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고, 너무 자랑하고 싶은 부분마저도 마음을 너무 쓰거나 함부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혹시나 자연스럽게 드러날 계기가 있으면 그러한 계기에 맡기는 것이 타인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나 자신을 빛나게 하는 일입니다.


글 요약


1. 타인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서 나를 함부로 드러내지 마라.

비밀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인격자는 이 세상에 많지 않고, 그 사람의 인격을 내가 오판했을 수 있다.


2. 혼자 안고 있기에는 너무 무겁고 고통스럽다고 하여 비밀을 함부로 말하지 마라.

무겁고 고통스러운 마음의 짐을 혼자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3.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자기를 함부로 드러내지 마라.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거짓말쟁이가 되거나, 위화감을 갖는 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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