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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Nov 24. 2020

강남 좌파 스타일

생각은 진보~ 라이프 스타일은 보수~ 진보 보수 진보 보수여야여야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음을 서두에 밝힙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주화 운동을 하셨던 정치인들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긴 한다. 근데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꼭 민주화 운동이 아니어도 지금까지도 우리가 사는 사회 구석구석에서 정의와 공평을 위한 요구들, 운동이 계속되고 있고 또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자유롭다'는 전제하에, 가장 처음 우리에게 놓인 과제는 '민주주의'였고 '민주화'였기에 모두가 그 목표를 앞에 두고 달렸다면, 2020년 현재, 그 누구도 '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낙태 합법화, ''동물권, ''탄소배출 줄이기, ''주거권,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한다. 어찌 됐든 어떤 '운동'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당장 페미니즘만 보더라도, 성적 학대 생존자들의 치료를 돕는 일, 여성들의 일자리와 사회에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 미혼/비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여성에게 적대적인 정책과 제도들을 고치는 일 등 해가 갈수록 운동은 세부적으로 더 촘촘해진다.


자주 만나진 않지만, 그래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응원하고 있는 한 친구는 환경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서울 어디에선가 자취를 하는데 처음 살림을 마련하면서 플라스틱을 피하고 스텐 등의 물건을 구입하려다 보니 좀 부담스럽다는 이야길 했었다. 친구는 어떤 브랜드가 고급이고 명품인지 알고 있지만 사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물론 옷을 구입해서 입기도 하지만) 중고 매장에서 옷을 고르기도 한다고 했다. 나도 옷을 별로 사지 않는 사람인데, 친구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중고 매장과 구제 매장은 조금 다르다.) 나는 친구가 부자가 되길 기도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 친구가 몸담고 있는 환경 단체에 후원금도 많이 많이 들어오고 친구도 더 많이 벌고 더 크고 아름다운 집에서 조금 더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여유로운, ''부유한' 삶을 살게 되는 건 친구가 가진 신념과 상관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엄청 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조국이라는 사람이 떠올랐다.


나는 SNS상에서 조국의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뭐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지만 언론에도 '쓴소리' 혹은 '정의로운 말'을 하는 사람으로 가끔 보도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사람인가 보다 했다. 법을 잘 아는 사람. (어떠한 긍정, 부정의 의미 없이) 우리나라를 위해 뭔가 하고 싶은 사람.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  촛불정국으로 정권이 바뀌고 조국은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는 법무부 장관이 되어 그가 꿈꾸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참이었다. 그러던 2019년, 그가 그의 자녀의 교육을 위해 편법을 저질렀다는 고발장이 접수되었고, 그 이후로 조국의 '정의'라는 것은, 적어도 내 눈에는 퇴색되어갔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정치권에서는 매일 비난이 끊이지 않았으며 같은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조국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나는 조국을 변절자라고 보지 않는다. 그냥 그는 자식을 둔 아빠일 뿐이다. 자식 사랑이 지극하고,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자기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뭔가 해주고 싶은. 그냥 흔하디 흔한 아빠. 그래서 그의 지난 발언들이 더욱더 처량 맞게 느껴졌다. 아빠 조국은 강했을지 몰라도, 정치인 조국, 교수 조국, 법조인 조국은 너무나도 나약했다. 물론 조국을 비난하고자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어찌 됐든 조국이 아니어도, 자신의 입김(aka편법)을 이용해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고자 했던 정치인, 교수, 등 사회 지도층들의 목록은 수도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점점,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면 어떤 '관념'이나 '사상'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6평 남짓한 공간에서 소소하게 물건들을 만들고 팔지만, 가끔은 정말 한 세트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물품들을 사서 쓰고 싶다. 쇼핑몰 사장들이 자기가 옷 판 돈으로 샤넬을 사 입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만 내 모든 여가 시간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버려가며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없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만 다른 사람을 착취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만 다른 사람의 이익과 안녕도 고려하고 싶다. 나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안될 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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