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널 향한 엄마의 사랑은 무한대야-
출산 후 5개월. 아이는 잘 자라고 있고 나도 처음보단 훨씬 할만하다고 느낄 만큼 많이 적응했다. 임신, 출산과 함께 정부에서 지급되는 바우처나 서비스가 약 300만 원 정도 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육아에 돈이 그렇게 많이 든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기가 5개월이 된 지금, 그런 생각을 잠시라도 했던 내가 참 순진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돈 쓸 일이 많은지.
아기와 관련된 것들은 프리미엄이 붙어 똑같은 물건도 더 비싸지는 것 같다. 속는 셈 치고 이걸 사? 말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 뺐다 한다. 운이 좋은 물건들은 결제까지 가게 된다. 결제 후에 괜히 '왜 이 물건이 우리 아기에게 꼭 필요한가'를 몇 번이나 되뇌는 내가 웃기다. 아이 월령에 맞는 장난감도 이것저것 사주고 싶고, 아이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다들 어찌나 좋은 곳으로 여행도 많이 다니는지.
신분제도 무너진 마당에 표면적으로 어떤 '계층'이랄건 우리나라에 없지만 소득에 따라서 갈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들에 어떤 선이 생기는 것 같다. 큰맘 먹고 30만 원대 호텔의 호캉스는 갈 수 있지만, 신혼여행도 아니고 1박에 80-90만 원대의 호텔들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SNS를 보며 높아질 대로 높아진 눈을 나의 현실에 맞추려니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내 나이 36. 부족한 것 없이 자랐고, 물욕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기를 낳고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너무 극명하게 나뉘어서 허무하기도 하다. 내가 이제야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하는 마음도 들고.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는 나의 얼굴만 보면 행복해한다. 내가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리고 환하게 웃어준다. 내가 한없이 줄 수 있는 것. 사랑! 사랑은 어디서도 살 수 없는 것이기에 그거라도(?) 풍성하게 주기로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지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