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 폭격에 전사하다

by 김민주

큰 아이는 40개월, 둘째는 태어난 지 100일 남짓되었는데 남편이 너무 바빠 편도 한 시간 반 거리의 친정에 내려가기로 했다.


아이 엄마가 잔소리 들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남편도 나도 그런 성향이 아니어서 그럭저럭 사이좋게 조용히 지내왔는데 친정에 내려오니 상습적으로 포탄이 내리 꽂혔다.


밥 먹으면서 물 먹지 마라(엄마는 하루에 1리터도 안 마심), 허리 펴라(엄마는 거북목), 몸에 좋은 걸 먹어라, 뭐 좀 잘 챙겨 먹어라(엄마도 끼니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보다는 군것질을 더 좋아함), 아기 등을 치지 말고 엉덩이를 쳐 줘야 잘 잔다(이미 애 둘을 이렇게 키웠는데 제가 모르겠나요), 대강 세 시간 텀으로 모유 수유하고 있는데 애가 졸려해도 손 빨아도 조금 칭얼대도 “배고픈 거 같은데,“ 차에 모자가 있어서 그냥 외출하는 내 등 뒤에 ”모자 쓰고 가! “라고 소리치기 등등. 남편의 일이 바빠 예정에 없던 5일 동안 친정에 머무르다 보니 서로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듣다 듣다 나중에는 미쳐버릴 거 같아서 아악! 하면서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의 선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40개월 아이에게 아직 어른변기가 높아 혼자 배변 가능한 아기변기를 들고 다님) 분리가능한 아기 변기통을 닦아준다고 세제를 풀어서 담가놓아 정작 변기통 없이 애가 쉬를 하게 되고, 이제 60 중반인데 제발 관절 생각 좀 하셔라 손가락 관절보다 중요한 빨래는 없다며 굳이 굳이 손빨래를 고집하는 엄마에게 나도 잔소리를 시전 해보지만, 이미 빨랫비누에 절여놓은 작은 대야 속 아이들의 옷을 보며 너무 화가 나서 굳이 굳이 또 그 옷들을 세탁기에 던져 넣으며 이건 절대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임을 깨달았다.


엄마가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건 더 이상 우리 엄마가 아닐 거다. 옳든 그르든 저게 엄마의 사랑의 방식이라는 걸 인다. 하지만 엄마의 통제와 사랑, 그 어느 중간에서 나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도 하며 대체 엄마가 없을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만 하는지, 끊임없이 갈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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