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2구 <Café Reflets>에서
“각자의 느낌을 설명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 이 향은 여러분의 것이 될 테니까요”
그는 페달을 누르던 발을 지그시 떼어낸다. 건반 위에 흩어져있던 손가락을 모아 무릎 아래로 축 늘어뜨린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젊은 피아니스트는 화답과도 같은 미소를 내보이며 의자에서 일어나 관객에게 다가간다.
“이 소리에는 어떤 향이 납니까?”
관객들은 말하기를 주저한다.
“향이 뾰족한가요? 미끄러질 듯 기름진 가요?”
누군가 말한다.
“숲에 와 있는 거 같았어요.”
단숨에 모든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몰린다. 이번에는 맨 뒷좌석에 앉은 빨간 안경을 낀 중년의 여성이 말한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데, 뭔지를 잘 모르겠네요.”
사람들은 코를 킁킁거리며,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향수에 적셔 나눠주었던 시향지를 다시 맡아본다.
“누구나에게 똑같은 느낌이 들기라는 불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각자의 느낌을 설명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 이 향은 여러분의 것이 될 테니까요.”
향은 이야기인가. 어쩌면 기억의 한 조각 인지도.
꽃이나 과일이 생각나는 향은 아니다. 나는 그가 나누어준 향과 그가 연주한 피아노곡에서 진녹색으로 이뤄진 방을 떠올린다. 입구도 출구도, 창도 환기구도 없는 방. 답답하다. 숨을 쉬기도 힘들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방에서 향이 흐르고 있다. 공기가 흐른다는 건, 그 방이 밀폐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대상 없는 향이란 불가능하다. 모든 향은 대상과 피대상이 마주할 때 성립되는 요소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와 청중의 귀가 비로소 ‘소리’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듯. 하지만 이 방 속에는 무엇도 없다. 향은 흐르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물론 그건 향과 곡에 대한 느낌을 나만의 이미지로 만들어본 것이다.
향을 스미게 하고, 연주를 들려주더니, 이미지를 떠올리라니.
사람들의 날 선 감각이 연주회장의 공기를 차갑게 식혀둔다. 그리곤, 다시 뜨겁게, 자신이 경험한 감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문화란 어쩌면,
향과 소리와 이미지가 개별적인 것에서 공동의 것으로, 그리고 다시 개별로 선사되는
마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연주회 내도록 감정이 휘몰아치고,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내가 느끼는 중력은 모두의 것이나 또한 나만의 것인 냥.
무겁고도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