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니깐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마음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영역이다. 스스로 잘- 다루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성장이 필요하다. 마음을 귀로 들어버리면 타인의 음성이 나의 음성이라 착각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은 무엇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른다. 그래서 난 혼잣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나의 마음을 잘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며 인정하고, 혼자 있을 때 내 입으로 뱉어보는 것이다! 그럼 출력된 나의 음성을 나의 귀가 들어준다. 귀에 들어온 음성은 다시 내 안으로 들어와 이 친구와 대화한다. 때론 진짜 나의 마음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실제로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그렇다. 어느 날은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유창하게 표현되는 운이 좋은(?) 날도 있을 것이며, 다른 날은 분명히 미리 정리를 잘 해뒀던 생각조차 입 밖으로 온전히 나오지 않을 때도 존재한다. 그렇게 말의 진정성은 휘청거리기 쉽다.
하지만 계속 대화하는 것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차근차근 대화를 나아가보면 어느새 갖고있던 나의 생각도 은은하게 뱉을 수 있게 되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당신으로 하여금 영롱하게 내뱉을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나와의 대화 또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차근차근 나아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 않고, 천천히 나에 대해 질문하고 나에게 답해주는 것이다.
콜록콜록. 난 지금 이틀동안 심한 감기를 앓고 있는 중이다. 재빠르게 파악하고 약을 챙겨 먹고 있으며 무리하지 않도록 잘 쉬어주고 있다. 그래서 벌써 나아가는 중인지, 몽롱한 분위기에 취해있는 상태이다. 아, 혹시 아는가? 감기에 심하게 걸리고 거의 다 나아갈 때 아픈 것은 덜하고 기분은 취한 듯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이상한 이 기분을! 설명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좋은 표현이 없을까? 세상에! 그 기분은 아시는가? 마라톤이든 뭐든 오래달리기를 힘차게 달리고 모든 움직임이 끝났을 때, 자리에 주저앉아 몇분 쉬고 난 뒤! 이제 숨을 헐떡이던 고통 속에선 벗어났으나 여전히 목구멍과 폐 언저리 쪽이 저릿저릿하고 묵직한 그 기분을 아시는가! 감기에 거의 나아갈 때가 그때의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
마음의 고통에서 막 벗어났을 때는, 굉장한 기쁨과 희열을 느끼기 보다는 은근한 안도와 멍한 기분을 느낀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상태. 나는 그 상태를 좋아하더라. 그때는 다시 아픔이 도질 수도 있고 건강한 기운으로 극복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환절기 때 주변인들이 이렇게 말해주는 것을 들은 적 있을테다. "환절기니깐, 다들 겉옷 챙기세요~" 자신이 아무리 강한 것 같아도, 마요미 마동석 배우님도 감기는 걸려본 적 있을 것이다.
마음에 감기가 걸리지 말길 바라며 주변 친구들이 해주는 말이 있는가? "힘들 때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나한테 말해줘..!" "요즘 어떻게 지내?" "무슨 걱정 있어?" 따뜻한 겉옷같은 말들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종종 힘들 때 그런 말을 해주는 이가 없을수도, 혹여나 있어도 스스로가 별로 달갑게 들리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그럴 땐 어찌 해야할까?
자신을 아기 달래 듯 살살 품어보시길. 마음의 언어가 들리지 않는다면 직접 입으로 출력하여 귀로 들어보시길. 그렇게 편안하고 위험없는 환경에서 천천히, 차근차근 대화해보시길. 그대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늘 그대 스스로를 궁금해 하시길. 오늘은 언제 웃었는지, 누구 덕분에 편안했는지, 어느 순간에 감사함을 느꼈는지, 어떤 꽃과 하늘에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는지, 어디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지. 그렇게 당신 취향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길. 나도, 그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