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나무는 벚꽃나무였다

이사, 봄, 청소, 마음 정리 중에 놓여있는 윤방

by 윤방이

2025.04.06

윤방


*저의 글은 감각일지입니다. 시인이자 배우로서 제가 감각하는 세상을 저답게 표현합니다.




우리집 앞나무


얼마전에 나는 이사를 했다. 좁지만 아늑한 내집. 나는 내 자취방을 잘 꾸며둔다. 집에 돌아오면 나 같은 공간이 나를 안아줄 수 있게끔. 건너편에 위치한 건물이 참 맘에 들더라. 창문도 활짝 열리고 해도 잘 들어온다. 그래서 기대되던 것 중 하나가, 우리 집 앞 나무 한 그루다. 막 이사를 했을 때 텅 빈 나무 한 그루 주변에 개나리가 활짝 펴있더라. 너무 좋아서, 아직 덜 피어오른 저 나무 한 그루는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벚꽃나무일수도 있겠지! 벚꽃을 좋아한다. 분홍빛 하이얗게 피어난 벚꽃, 떨어진 벚꽃, 아직 움트기도 전에 가장 진하게 응축되어 있는 벚꽃들을 모두 좋아한다. 설마 우리 집 앞나무가 벚꽃나무일까?


그러다 이틀 전 창문을 여는데 벚꽃이 보이더라. 벚꽃나무는 그대로 있었을 뿐인데, 내가 마치 저 나무를 벚꽃나무로 변화시킨 기분이었다. 내가 바란 게 이루어질때면 왜 늘 이렇게 운명이라며 환상적임을 느낄까.


너무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에 우리는 익숙하다. 그러나 나는 늘 기대하는 것을 선택한다. 기대한만큼 더 행복해지는 것 같달까. 나 같은 사람은 기대한 것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근육을 늘려야 하더라. 그 근육을 늘리는 것을 포기하고, 좀 덜 기대하려고 노력할 때는 의연해지기는 커녕 우울해진다.

기대한 것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란 무엇일까.


결말을 규정짓고, 나의 기대와 비교하며 평가하였을 때 정해지는 결과값일까? 그럼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고 좀 더 유보해보면 괜찮을까? 그럼 조금씩, 한 발짝씩 기대해보면 될까? 기대하는 것에 지쳐도 포기하지 않으면 되는 걸까?




청소

어제 글을 쓰다 대청소라는 표현을 썼다. 나는 지금 마음을 청소하는 중이라고. 먼지가 자꾸 쌓여 덩어리가 굴러다니니 어서 그것들을 정리해보는 중이라고. 그런데 얼마전 세탁기가 떠올랐다. 세탁기에서 냄새가 나는데 뭐가 원인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강아지처럼 그 냄새를 킁킁 따라가보니 고무에 끼인 곰팡이를 발견했다. 전에 살 때 쓰던 세탁기와 달라서 아주 깊숙이 끼인 곰팡이는 차마 발견하지 못했다. 이곳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전에 살던 사람은 아무래도 청소를 하지 않았나보다.


닦았다. 물티슈와 빳빳한 휴지로 암만 닦고 닦아도 깨끗해지기 어렵더라. 내가 만든 곰팡이도 아닌 걸 우린 때때로 없애야 한다.


그래 쓰레기통도 그렇다. 암만 쓰레기봉투에 담아 주기적으로 배출하면 뭐하나, 쓰레기를 담아내는 바구니도 잘 청소해주어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화장실도 그래, 내 몸뚱아리만 그곳에서 깨끗해지면 어쩌나, 매일 습해짐을 감수해주는 공간에게도 깨끗하게 닦어주어야 하는 것을.


내가 감당하고 지켜야하는 마음의 구석구석이 모두 그러한 것만 같더라.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섬세함이 깊어질수록 내가 건강해지고, 비로소 타인을 받아들이는 여유도 생긴다. 나의 대청소는 청소가 되어야 함을 오늘 새겨본다. 몰아서 한번에 해결하려는 대청소 말고, 세상에 붙어 사는 내 삶처럼 매일 매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한발짝만 한발짝만 더 잘 살아본다.



윤방집 앞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