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느긋한 주말을 보내고 난 일요일 밤, 남자는 유일하게 보는 예능 <뭉치면 쏜다>에 정신없이 빠져 보고 있었다. 스포츠나 예능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여자는 남자 뒤에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김씨네 편의점>에 한창 집중하고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티비를 보던 남자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꺅! 이게 뭐야, 피다 피!!"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던지라 여자는 남자가 소리치는 걸 처음에는 듣지 못했다. 그러다 남자가 일어나서 침대를 바라보며 과장된 몸짓으로 버둥대자 그제야 무슨 일인지 귀찮은 듯 이어폰을 빼고 상황 파악을 했다.
남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내려 깔고 봤다. 여름 맞이 새롭게 깔아 뒀던 푸른색 리넨 침대보에 피가 흥건히 퍼져 있었다.
"에구머니나, 이게 무슨 피야? 자기 생리해?" 그럴 리 만무했지만 침대보에 퍼져있는 피 모양새가 딱 그랬다.
"피가 어디에서 나는 거야?"
"똥꼬에서 나는 거야. 터졌나 봐."
"뭐가 터져?"
"뭐가 튀어나왔었는데 그게 터진 모양이야. 어쩌지? 피가 계속 나는데..."
"치질이 있었어? 이렇게 터질 지경까지 말도 안 하고 병원 갈 생각도 안 한 거야?"
남자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그냥 그러다 괜찮아질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
여자는 내키지 않았지만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피가 흐를 정도면 대체 그곳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군가는 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자는 처음에는 거부했다. 여자라도 절대 못 보여줄 은밀한 곳이었다. 이렇게 불을 환히 키고 엉덩이를 까서 보여줄 때 그 자세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것이었다.
다리 사이로 멈추지 않고 흐르는 피를 보더니 남자도 결국은 항복하고 뒤로 돌아 다리를 벌렸다.
"꺅!! 이게 뭐야? 완전 커!! 이렇게 컸는데 안 불편했어? 거기가 터져서 피가 나. 앙꼬 터진 무슨 불어 터진 빵 같아"
"그렇게 커? 그냥 평소에는 크게 불편한 거 없었어. 볼일 볼 때만 좀...."
"내일 무조건 병원 가봐!! 진짜 커! 몸에 이상 생긴 거 아냐?"
"알았어.. 근데 일단 이거 피나는 건 어쩌지? 그.. 생리대 있어? 그거 하고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남자의 생각은 기발했다.
피에 젖은 침대보를 걷어 일단 세탁실에 집어넣고 새로 이불을 깔면서 또 이불 빨래가 나오게 할 순 없다고 여자는 생각하던 참이었다. 임시방편으로 어찌 수습을 해놔야 했는데 남자가 생각해낸 생리대가 딱 이었던 것.
평소 삼각팬티가 아닌 아저씨용 전형적인 펑퍼짐한 사각팬티를 입는 남자였다. 그 트렁크 팬티에 생리대 오버나이트(제일 큰 사이즈)를 다소곤히 붙여줬다. 그렇게 속옷을 조심스레 올려서 허리춤에 고정시키는 모습이 어찌나 볼썽사납고 우습던지. 단순한 이 남자는 곧바로 안도하며 곧 편안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의 생리대 체험은 그다음 날도 이어졌다. 혹여 회사에서 피가 나서 바지에 묻으면 그 또한 창피한 일이니 회사에도 생리대를 차고 가겠다고 했다. 여자는 여분의 생리대를 챙겨줬다.
저녁 무렵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 지금 병원 갔다가 이제 갈게!"
"병원에서 뭐래요?"
"뭐. 괜찮대. 좌욕하고 연고 바르고 약 먹으래."
"그, 의사 한데 보여준 거야?
가기 전에 생리대는 빼고 간 거죠?"
"아, 시간이 없어서 그냥 갔는데. 여자 간호사가 다짜고짜 옷 벗으라고 해서.. "
"그럼 생리대 찬 거 보여줬다고?"
"어... 완전... 굴욕이었어."
세상에, 생리대 찬 남자를 나 말고 다른 여자도 결국 보고 말았네... 그 간호사도 이 남자 덕분에 혼자 신나게 웃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