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리 Oct 07. 2023

SNS는 진짜 인생의 낭비일까?

글쓰기로서의 SNS

유명 축구 감독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일침을 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퍼거슨 감독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SNS는 자신의 삶을 과시하기용으로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가면을 쓴 거짓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현실과 SNS의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SNS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의식하는 청소년들이 SNS에 중독됐을 때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로 사춘기의 통로를 지나고 있는 큰딸에게는 SNS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다양한 SNS를 사용하며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블로그는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페이지로 처음 시작했다. 블로그에서 매일 글쓰기 챌린지를 하는 동안 나의 삶에서 ‘글쓰기’가 주는 기쁨을 그간 잊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각자 모든 삶에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남들과 비교할 때 그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하루하루가 펼쳐진다고 생각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내 하루를 다시 돌아볼 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글쓰기는 관점을 바꿔놓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자세는 ‘관찰’이다. 코로나로 아이들과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답답한 일상이 날마다 똑같이 펼쳐지면서 지겹다고 생각할 때 글쓰기는 나의 시선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저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보게 된 것이다. 그저 수동적으로 시간에 떠밀려 고단한 집안일을 해치우며 아이들 육아를 전담하고 있을 때는 나와 나의 삶을 관찰자로 다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매일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하루에 1시간, 내 평범한 루틴에 글쓰기를 집어넣었을 때 관점의 변화가 일어났다. 시간에 밀려 살아가는 수동적인 삶이 아닌,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 시간을 내 손아귀에 잡아서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하고, 아이들과 나의 관계를 돌아보고, 내가 하는 집안일에서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기 싫은 것은 무엇인지, 왜 하기 싫어하는 것인지, 그것을 즐겁게 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글쓰기의 소재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글쓰기의 소재를 만들기 위해 거꾸로 일상을 즐겁게 살아내려 노력하게 됐고, 아이들과 매일의 특별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이것이 과해지면 블로그 포스팅용을 위한 삶을 억지로 연출하는 일이 발생한다. 일상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그저 SNS에 올리기용으로 생각하며 사진과 기록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SNS의 역기능일 것이다. 처음 SNS를 하기 시작하면 그런 혼란의 과정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본질과 다르게 변모하는 나의 행동과 모습을 관찰하게 하는 것도 결국은 꾸준한 글쓰기였다. SNS를 하는 이유가 타인의 삶을 몰래 관찰하기용이라면 그것은 인생의 낭비가 맞다. 


그러나 글쓰기를 위한 SNS는 도전할 법한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와 같이 글쓰기에 진심인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브런치에 등록된 작가님들만 몇 만명이라고 하니 글 써서 돈을 받는 곳도 아닌 공간에서 시간과 마음을 들여 글을 작성하고 발행하는 이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 놀랍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을 알았고, 각자의 스토리가 저마다의 문체와 스타일로 꾸며져 본연의 매력을 펼쳐내고 있었다. 난 마음에 와닿는 몇몇 작가분들을 구독하며 그들의 글을 읽고 공감하며 뛰어난 필력에 감탄하며 더욱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때론 감탄을 자아내는 글솜씨에 기가 죽고 과연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될 것인가 하는 지나친 자아 검열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 나를 구독하는 분들이 내 글에 댓글로 비슷한 마음을 비춰주셨다. “와, 필력이 장난 아니에요! 즐겁게 읽고 갑니다”와 같은 댓글을 달아주며 어떤 누군가는 내 글을 읽으며 내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느꼈던 마음을 가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 큰 위로가 됐다. 계속 글을 써도 된다는 용기를 얻었다. 아마 혼자서 글을 쓰고 저장만 했다면 끝까지 쓸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내 글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SNS에 글을 써서 공개하는 것은 글을 지속해서 쓸 수 있는 원천이 돼준다.   


나에게 글쓰기로서의 SNS는 분명 인생의 낭비가 아니다.





이전 11화 브런치, 스토리가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