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리뷰

포항여자여서 더 몰입되었던.

by 미류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성향상 밝고 희망적인 로코를 좋아해서인지

머리를 많이 쓰거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하는 드라마보다는

서정적, 인간적인 다큐를 붙들고 보게 되더라.

그래서 주말 몰아보기를 하게 된 것이 갯마을 차차차

나는 본능적으로 태생적으로 바다가 좋다. 바다에서 나는 것은 다 내 몸과도 맞다

불행히도 아직 수영을 하지 못하지만

수영을 하면 내 몸이 참 잘 다듬어질거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조만간 수영에 도전해 보리라.

드라마 배경이 나의 고향 포항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강원도로 나오지만 실제 배경은 어딘가 낯익다 싶었다.

월포해수욕장, 흥해사방기념공원, 청하시장, 이가리 닻 전망대, 청진3리 마을복지회관, 구룡포 석병1리마을 등.

생각만해도 가슴이 설레는 어촌 포구의 이야기라니...

빨간 등대며 방파제와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과 야트막한 지붕의 집들,

그리고 생선이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는 풍경...

나는 도시의 일상에 찌들어 머리가 복잡할 때는

동쪽의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꼈고 실제로 달려간 적도 수도 없이 많다.

갯마을 차차차는 신민아, 김선호가 주연으로 나오는데 김선호는 생전 처음 보는 신인배우였다.

별로 호감이 가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드라마를 보는 내내 목소리나 표정,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 와중에 좋지 않은 개인사가 세간에 터져나와 연예계에서 잠시 하차한 상황이지만

나는 그리 그의 사생활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지만 그

정도의 사적인 영역이 연기자의 실력을 덮어버리지는 못한다.

남자 주인공 홍반장(홍두식)은 어릴때 부모를 여의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중학교때 할아버지 마저 세상을 떠난다.

두식은 공부를 굉장히 잘 했고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서울대를 나와 형같이 그를 챙겨주던 선배를 따라 어느 회사의 펀드매니저 일을 몇년 했다.

이 내용은 14회 후반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의 묻혀진 행적 5년의 베일이 벗겨지는 그 즈음.

강원도 공진마을에서 나고 자란 홍두식은 서울살이를 한 이후 어느 날 공진마을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의 이일 저일을 도맡아 도와주며 홍반장이라는 애칭으로 동네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었다.

서울대를 나온 인물좋고 성격좋고 친화력좋고 거기에 못하는 것이 없는 일꾼으로 살아가는 그가 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 주인공 윤혜진은 어릴 적에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뜨고 아버지와 살다가 새엄마를 맞았다. 서울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다가 병원장의 장사속에 반기를 들고 사표를 냈다. 엄마 생일을 떠올리며 엄마와 마지막 시간을 같이 보냈던 공진마을을 찾아왔다가 운명의 홍두식을 만나고 몇 가지 에피소드를 겪으며 엮이게 된다. 서울의 생활이 여의치 않게 되자 혜진은 공진마을에 윤치과를 개업하게 된다.


두 사람의 케미가 찰떡같았다. 서로 티격태격 잡아먹을듯이 하다가 서로 관심을 가지고 챙겨주게 되고 그것이 사랑이 되고 두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는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 달달하고 애틋하여 다시 젊은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순간 순간 드는 것이다. 나도 저런 사랑 한번 해 보았으면 이런 생각 말이다.


홍두식 할아버지가 평생 손주를 위해 기도한 딱 한가지 소원은 저 아이 곁에 평생 함께 할 좋은 사람 하나 보내달라는 것이란다. 그 말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건강하게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 만나게 해 달라는 거라니. 그리고 그 소원대로 혜진이라는 좋은 사람이 홍반장 곁에 오게 된 것 같다.

너무나 외롭게 자라서 기대고 의지할 사람 주위에 하나 없는 불쌍한 아이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홍반장은 혼자라서 외롭다고 괴로워하거나 기다리지만 않고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며 살았다.

아무것도 없는 그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다 열어놓고 챙기고 주는 것이라고 일찍부터 깨닫고 살았던 것 같다.


천성이 밝은 사람! 그런 그가 무엇때문에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모두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엄마가 죽은 것은 자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죽은 것도 자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무심히 던진 말,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이 각인이 되어 아이는 슬픔도 울음도 쏟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불행은 연달아 그의 앞을 덮쳤다.

그의 회사일이 어긋나서 자신과 관계된 경비원의 자살사건, 유일한 의지처였던 친한 선배의 죽음...그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며 자살을 시도하다가 갑자기 그 앞을 가로막던 다급하게 울리던 폰 소리와 고향 마을 감리할머니의 문자에 정신을 차리고 고향에 내려오게 된다.


폐인이 되어 살다시피 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길잃은 양에게 마을 사람들은 소리없이 밥을 주고 인기척을 내어 주고 일을 부탁하고 그의 곁에서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홍반장은 자신을 살린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

그도 꿈이 있었을 것이고 명예나 포부도 있었을 것인데 이런 사랑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무엇이 홍반장을 이런 삶에 동화하도록 했을까?


생각해보면,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고 산다고 해서 그 인생이 더 고귀하고 값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고 늙음도 죽음도 비슷하게 온다. 그러나 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또 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과 함께 하게 된다.

홍반장이 좋은 사람이었기에 혜진이라는 자신과는 라이프스타일이 전혀 다른 여자지만 자신을 이해해 주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것이 아닌가?

드라마가 다소 가볍고 급진전하는 경향도 있고 광고성 장면이 황당하기도 하지만 홍반장과 윤혜진을 잘 만들었고 조연들의 캐릭터와 스토리도 맛갈나게 잘 엮어서 재미를 더했다. 새로 나오는 인물들이 대다수였고 그들의 주옥같은 연기력에 박수를 보낸다.


바닷마을을 실컷 보면서 내 고향 포항이 그리워졌고 주말이면 그곳으로 훌쩍 떠나봐야겠다는 생각을 불러내주었으니 가슴이 훈훈해진다.

무엇보다도 한 인간이 자라면서 부모의 어느 한쪽이 부재해서, 특히 엄마가 없어서 겪었을 그 외로움과 허전함이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많이 버겁고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슬픔이 동화되어 홍반장을 보면서 그 선한 눈빛과 자신은 웃는상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에 또 울컥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부모들이여! 아이를 낳거든 제발 자기 몸 관리 잘 해서 그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목숨을 부지하시길.

그리고 사랑을 듬뿍 주어서 그 아이가 세상살이를 할 때 그 주변 사람들에게 가진 사랑을 마음껏 나눌 수 있도록 마음의 품을 따뜻하고도 넓게 키울 수 있도록, 세상의 부모들은 어린 생명들을 위해 이 막중한 임무를 다하기 전까지는 마음대로 세상을 떠나지 말지어다.


감리할머니의 존재는 압도적이다. 그리고 여화정의 연기력도 훌륭했고 카페 주인이자 전직 가수였던 오윤도 멋있었다.

지금도 인물들 하나하나가 톡 튀어나와 마을 여기저기서 하하호호 사람냄새를 풍기며 떠들고 있는 것 같다.

내 고향 포항 어디인가 포구에 들어서면 이들 중 누구라도 기분 좋게 만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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