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자유를 주고 나를 돌봐야한다는 생각이 강박에 이를 즈음 10월 연휴가 찾아왔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홀로 청송으로 향했다. 선글라스도 없이 옷차림도 대충.
11시 출발. 중앙고속도로에서 당진영덕고속도로까지는 휴일 첫날이라 그런지 엄청 막혔다. 군위휴게소에서 5500원짜리 닭강정을 사고 집에서 테이크아웃한 드립아이스커피로 차 안에서 점심을 먹었다. 기대 이상의 조합이었다.
아침에 신랑에게 길을 묻는데 친절하지 않았다. 그래놓고는 그새 전화를 세번이나 했었다.
고속도로 잘 들어갔는지 궁금했다고. 소용없는 용이나 쓰고 소심하고 안타깝다.
늘 기회를 놓치고 나와는 멀어진다.
10월의 청송공원 백일홍축제
13시40분 청송 산소카페 청송공원에 도착했다. 청송IC에서 나와 진보방향으로 좌회전해서 금방이다.
4.8km구간까지의 길이 너무나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
행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도로가에서 왼편으로 들판의 전부를 차지하는 백일홍의 장관을 보고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제2주차장에 딱 하나 남은 주차공간이 내 차지가 되었다. 운이 좋았다. 노랑 빨강 양산을 대여해 준다.
나무 그늘이 없기 때문에. 양산은 넓은 공원에 그 자체로도 어울리는 소품이 되었다.
나는 노랑 우산을 받았다. 오로지 백일홍만 피어있는 공원. 노랑. 빨강, 분홍, 다홍, 보라~ 색깔별로 무리지어 피고 또 지고 있었다. 포토존이 참 많았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도 살랑이고 공기는 청송 오지답게 좋았다.
산소카페 청송공원은 9-10월말까지 무료 개방이란다. 나는 그 혜택을 누렸다.
김주영의 객주문학관
14시40분에 4.5km만 더 들어가서 9분 정도 걸려 객주문학관에 도착했다.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문학관이었지만 꽤 큰 규모의 잘 관리되고 있는 공간으로 참 잘 쉬고 왔다.
결핍으로 키워진 열정과 담대함!
우리는 고난과 시련, 그리고 고통속에서 성장하고 그릇이 커진다.
장터의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삶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곳.
작가는 청송에서 지독히도 가난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는 객주와 잘돌뱅이와 장사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고 자라며 이 역사를 남겨놓아야 하는 어떤 무게를 지고 살아왔다고 했다. 5년간 자료수집과 5년간의 장터순례를 거쳐 4년 9개월간 서울신문에 객주 연재를 하였는데 이로써 김주영은 길위의 작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단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생경한 우리말 표현을 많이 썼는데 낱말 풀이를 해 놓은 곳이 있었다.
거기서 눈에 들어온 낱말을 읽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 불뚱가지'-걸핏하면 얼굴이 불룩해지면서 성을 내며 함부로 말하는 것을 이르는 말. 누군가가 떠오른다.
김주영은 어머님에 대한 회상과 고백을 자주 하였다. 어머님께 충분히 잘 하지 못한 것일까.
보통 아들들이 만만하게 대하고 자주 원망하고 무심할만큼 살갑지 않게 대한 그대 엄마들에게 후회같은 고백과 회한을 드러내는것을 볼때면 있을때 잘하지~ 그런 생각이 든다.
부모라고 연습없이 시작한 인생인데 어디 완벽하겠는가 먹고 살기가 절박한 시절이면 자식이 설움받고 상처 받는지도 모르고 밥 먹고 공부시켜주는 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하셨을게다.
그 시절 밥 안 굶고 공부할수 있는 기회를 다 누리고 산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배운 남자들은 부모의 좋은 기억만 품었으면 좋겠다.
회한이 아닌 자랑스러운 내 어머니 아버지로.
문학관 뒤뜰~ 나는 벤치에 앉아 한참을 머물렀다. 저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문학관 뒤뜰에는 연꽃이 가득한 연못이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햇빛을 받아 환한 연잎들을 감상하며 사색하였다. 구절초인지 그냥 국화인지 모를 가을 야생화가 공간 사이사이에 소담스럽게 피어있었다.
힐링이 되었다. 참으로..
솔샘온천
주왕산국립공원쪽으로 달려 나의 마지막 목적지인 소노벨청송에 있는 솔샘온천으로 향했다.
청송주왕산 입구에 자리한 소노벨. 솔샘온천
청송에 왔으니 온천을 하고 가야지.
시설이 가장 좋고 안마탕도 있다기에 거금 14000원을 주고 온천을 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도 안마탕 노천탕이 있어 잘 이용하고 왔다.
다음에 다시 찾아갈 생각도 있다. 간만에 호강을 했다.
나는 온천이나 스파 이런 것을 무지 좋아한다. 개인적인 취향이다.
개운하게 몸을 풀고 저녁 6시에 대구로 향했다.
1박을 했다면 주왕산과 주산지를 다녀왔을텐데 그건 다음 기회로 남겨놓아야겠다.
청송공원에서 눈이 즐거웠고
객주문학관에서 정신이 즐거웠고
솔샘온천에서 몸이 즐거웠다.
눈과 영혼과 몸을 힐링한 당일치기 청송 여행은 기대 이상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저녁에 집에 도착하니 신랑이 막걸리를 5병이나 사 놓고 삼겹살 구울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