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길목에서

by 꿈꾸는시미

종종 강아지를 데리고 밤산책을 길게 한다

신난 강아지의 걸음 따라 지나치게 되는 가로등의 그림자가 시시각각으로 길었다가 짧아졌다가

선명하게 또는 흐리게 변하는 모습이 신기해

걸음속도를 다르게 해 보며

함께 걷는 딸의 그림자도 비교하며 확인해 본다


실체가 아닌 그림자놀이


내 사고와 감정도 이렇게 상황과 시간에 따라 밝았다가 희미해지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시야에서 비친 내 그림자는

잘게 부서지기고 하고 일그러져 있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하루와 순간이 무너지기도 하고 흐트러지기도 하여

한참 번민과 눈물을 흘려보낸다


미해결과제를 담은 시간의 수많은 가로등 길목에서,

어두운 자아상에서 묶여

그 시간을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햇빛 쨍쨍한 정오의 그림자는 내 발밑에

묶여 머물러 보이지 않겠지

그럼 난 그림자만 보는

나 자신에게 투명인간이 될 수 있을까


사라져 버리는 망상을 놓아주자

애착은 오직 내 안의 잡념이고

감정의 찌꺼기일 뿐이다


그림자놀이를 멈추자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의 허상에

속아 괴로워하지 말자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이 흘러가고 나면 ,

이곳은

네가 가졌던 모든 것은 없지만

너의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말씀하실

시간의 주인 되신 그분께

실체를 보는 눈을 열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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