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한인민박 밥 하우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다. 그것도 갑자기.
회사에는 병가를 내고, 나는 혼자서 갈만한 여행지를 찾다 피렌체에서의 일주일을 결정했다.
늦은 밤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배웅 나온 녀석과
민박집에 머물던 게스트들까지 함께 소주를 마시고는 클럽에 갔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창문 밖을 보니, 내가 정말 피렌체에 와있더라.
피렌체 우리 집은 중앙역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파트먼트였다.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두 개의 키가 필요했는데
하나는 대문 키였고 하나는 우리 숙소 키였는데
나는 열쇠로 문을 여는 게 익숙하지 않아 늘 긴장을 하며 문을 열어야만 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늘 중앙역과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지나쳐야 했고
이 거리가 익숙해질수록 더욱 짜릿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골목길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문을 열 때마다 힘들어 집으로 가는 날까지 무척이나 긴장해야만 했다.
내가 머문 밥 하우스는 한국인 남자 두 명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아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었고
그 친구가 내 부탁을 잘 해준 덕분에 나는 그들과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종종 술을 마시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가끔은 이곳에 머무는 게스트들과 이야기도 하며 나름의 친목을 쌓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주었다.
무엇보다 여기 밥이 정말 맛있었다.
매일 달라지는 푸짐한 반찬과 밥을 먹고 나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여행하고 올 것만 같은 포근함과 따스함이 있었다.
나는 2인실에 머물렀었는데
사실 1인실을 예약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3일은 혼자서 2인실을 쓰다가
3일은 혼자 여행 온 지은이라는 동생과 함께 방을 사용했다.
그 동생과는 피렌체 여행 후에도 종종 연락을 하곤 했는데
같이 동경 여행도 하고... 오랜만에 연락 좀 해야겠네.
나는 이곳에 머물면서 단순히 밥을 먹고 잠만 잔 게 아니었다.
위로를 받았고, 위로가 되었고
새로운 친구를 알게 되었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떠나는 날 가방 안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스타벅스 홀란드 씨티컵을 선물로 주었는데
언젠가 밥이 여러 개의 스타벅스 씨티컵 모은걸 인스타로 보았다.
내가 재미있는 취미라고 코멘트를 달자
나 때문에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말에서 어딘지 모르게 뭉클함을 느꼈다.
내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
나 자신 스스로가 무척이나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왜인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