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프렌치 페이퍼
바다가 그리운 날 한때는 친했던 두 사람과 함께 커플 여행으로 울진을 찾은 적이 있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던 봄날 같았던 겨울 여행이었다.
우리가 머문 방은 H302호였고 두 커플이 함께 머물기는 다소 불편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은 인테리어와 바다만으로도 그런 건 개의치 않았다. 바다를 보며 술 한잔 기울이기 좋은 집, 커피 한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가 마냥 좋아서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곳이었지만 방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게으름조차 쉽게 허락되지는 않았다.
1층에는 다이닝룸과 리빙룸 그리고 2층은 침실 겸 서재식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아침이면 침대에 누워서 일출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황홀한 경험이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러다 지루하다 싶으면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의 밤을 채웠다. 뭘 이렇게 많이 장을 봤냐고 눈치도 받았고, 성인 4명이서 이 정도면 그리 큰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한 난 뻘쭘 한 마음에 애써 술만 홀짝였던 밤.
때로는 추억이 있기에 삶이 아름다울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