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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Dec 24. 2020

바다가 보이는 호텔 (씨마크)

뉴스에서는 연일 한파주의보를 이야기하던 날이었다.

한파 때문에 숙박을 일주일 미루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떠났던 그날의 강릉 여행.




추운 바깥 날씨가 무색해질 만큼 방 안은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

가격에 비해 비좁고 평범한 호텔 컨디션이 조금은 불만이었지만,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릉의 바다는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풍경들이었다.




오래된 해송과 가장 겨울스러운 바다 동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적당한 설렘.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날씨가 추운 날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제일 높은 층의 수영장으로 갔다.

온천은 아니지만 온수풀이 나오는 수영장이라길래 추위쯤은 괜찮을 거라며 당당하게 올라갔더랬다.




무서운 바닷바람과 추위 때문인지 물은 뜨겁지 않고 그냥 평범함 따뜻함이 느껴졌다.

차라리 씨메르나 갈걸 후회했지만 그래도 한참을 나오지 않았던 걸 보면 이곳이 좋기는 했었나 보다.

난관에 기대서 바라보는 겨울바다와 적당한 온도의 물속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뜨거운 물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잽싸게 안으로 달려갔지만 그 잠깐 사이에도 꽁꽁 얼은 바닥에 마찰하는 발바닥은 아파왔다.

내 뺨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이 조금은 얄밉게 느껴지기도 했더랬다.




방으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피곤했는지 깊은 낮잠을 자버렸다.

눈을 떴을 때 그가 사 온 와인 한 병이 놓여있었고

나는 천천히 와인을 음미하면서 밤바다의 해송들을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공기가 기분이 좋아진 탓인지 조금은 낭만적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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