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미니멀리즘

by 귀여운영웅

은모든 작가의 '꿈은 미니멀리즘' 이라는 제목의 소설책을 읽었다. 미니멀리즘을 꿈꾸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로, 핵심만 요약하자면 인생을 불필요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 생각도 마찬가지이므로, 생각 또한 미니멀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을 읽은 계기로, 나 역시 미니멀리즘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보게 되었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일단 ‘버리기’ 부터 시작하는 게 기본인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도하게 버리기에 집착하는 것도 미니멀리즘 정신에 어긋나는 일 같다. 예전에 미니멀리즘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이것저것 다 버렸지만 플라스틱 설거지통을 차마 못 버려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등장했던 게 기억난다. 설거지통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실용성이 좋아서 자주 쓰던 물건이고, 없으면 불편할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나는 그 사람을 보며,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의아했다. 내가 보기에 답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과감하게 설거지통을 버리고 설거지통 없이 사는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합리화를 하든 뭘 하든 그냥 가지고 쓰면서 편하게 사는 것이다.


아무튼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사람을 보자니 미니멀리즘이라는 게 단순히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가볍게 사는 게 아니라, 최대한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 에 집착하는 행위로 보일 지경이다. 애초에 미니멀리즘이 예술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로 그 의미가 단순함과 간결함인 것은 맞지만, 이걸 실생활에 적용할 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는 그 의미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미니멀리즘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니멀리즘을 실행하는 사람 즉 미니멀리스트란, 단순히 물건을 적게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불필요한 물건에 지배당하지 않는 사람, 자신이 가진 물건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더 나아가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 만족해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물론 미니멀리스트라면 가지고 있는 물건의 수가 적긴 해야겠지.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의 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의 수가 많은 편인지 적은 편인지는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므로, 누군가에게의 맥시멈이 누군가에게는 미니멀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보기에는 많은 옷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 옷들이 그 사람에게는 모두 필요한 것들이고, 소유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으며, 보관 및 유지관리 능력 또한 충분하다면, 나는 이 사람을 감히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를 것이다. 핵심은 물건의 수가 아니라 물건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물건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통제할 수 있는 것,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아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사는 것, 그런 태도가 진정한 미니멀리즘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쯤 되면 세상에 널리 퍼진 관념들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유동적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처럼, 그냥 뭐가 됐든 본인에게 맞춰서 합리적으로 살아가면 그만이겠다.


나도 이제 나만의 합리적인 미니멀리즘을 시작해볼까 한다. 마침 곧 이사도 앞두고 있고, 이삿짐도 줄일 겸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우긴 해야 한다. 나는 말이 나온 김에 얼른 이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다. 안 입는 옷을 헌옷수거함에 넣고 불필요한 물건과 가구들을 처분했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사실 이건 이사와 무관하게 한참 전에 결정한 일이긴 한데, 집에 TV가 없어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고마켓에 헐값에 팔았다. TV가 없으니 TV장도 필요가 없어졌다. 오랫동안 수납장으로 쓰다가 최근에 처분했다.


거실에 놔두고 쓰던 플라스틱 원형테이블도 처분했다. 공간 차지도 많이 하고, 인테리어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싼 값에 사서 이미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으며, 굳이 테이블이 없어도 주방 식탁을 다용도로 쓰면 될 것 같았다. 테이블을 버리고 나니 테이블보가 필요 없어져서 버렸다. 텅 빈 거실을 보니 속이 후련했고, 탁 트인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인테리어가 되는구나, 감탄이 나왔다. 그밖에 자잘한 물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줄여나갈 생각이다. 물론 내가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까지 말이다.


이렇게 물건을 줄여나가는 과정을 겪으며 느꼈다. 물리적인 짐을 줄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물건보다는 오히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 나는 온갖 잡념을 가지고 산다. 악몽을 많이 꾸는 걸 보면 무의식 중에 많은 걱정과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모양이다. 물건보다도 오히려 이런 생각들이 내 삶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직 이사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물건도 생각도 많은 것을 비운 후, 새로운 집에 들어가고 싶다. 그곳에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단순한 삶을 시작해보고 싶다. 나도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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